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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고수익 믿었는데…`속빈 강정` 분양형호텔에 투자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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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라는 특수에도 국내 호텔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2012년부터 부족한 호텔을 늘리기 위해 분양형 호텔을 중심으로 호텔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여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와 미등록 숙박업소 범람으로 호텔들이 텅텅 비고 있는 것이다. 분양형 호텔 투자자들은 수익금은커녕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달 말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강원도를 중심으로 분양형 호텔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A호텔 매니저는 "춘제 특수를 기대하고 2~3주 전에 여행사 두 군데에서 객실 10% 정도를 잡아놔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연휴 기간에 수요가 없어 객실들이 그대로 있었다"고 호소했다. '손님 4명당 1명 식사 무료' 같은 프로모션도 통하지 않았다.

명동 일대 또 다른 B호텔 매니저는 "춘제와 올림픽 기간임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투숙객이 적었다"며 "오히려 작년에 비해서도 객실 점유율이 소폭 떨어졌다"고 전했다. C특급호텔은 손님이 뚝 끊기자 지난달 객실당 평균 단가를 3분의 1로 낮추는 극약 처방을 내린 끝에 객실을 겨우 채울 수 있었다.

정오섭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2012년부터 특별법(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등 정부가 적극 나서 지난 5~6년간 호텔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이 호텔들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이 작년에 2000만명 넘게 왔어야 하지만 사드 여파 등으로 1300만명밖에 찾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등록 호텔 수는 2013년 말 896개에서 지난해 말 1617개로 급증했다.

호텔 붐을 타고 미등록 게스트하우스 등 불법 숙박업소가 무분별하게 늘어난 점도 이 같은 공급 과잉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서울 시내에 불법 숙박업소가 2만실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의 한 특급호텔이 문을 닫은 데 이어 호텔 매각을 알아보는 사업주가 늘고 있다고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호텔 급증을 주도한 분양형 호텔은 투자자 피해가 잇따르며 법정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고 모씨(60·경기 성남시)는 노후자금 마련차 2012년 6억원을 들여 분양형 호텔 객실 세 곳을 분양받았다. 노후 수익원이 될 줄 알고 대출까지 동원해 투자한 분양형 호텔은 지난해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호텔 운영진 측에서 "사드 등 여파로 객실이 채워지지 않으니 수익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연수익 11%를 보장한다는 말을 듣고 투자한 고씨는 수익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작년 4월 수익률을 7%로 낮추는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호텔 운영진은 "민사소송 이외에는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되레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이 같은 분양형 호텔을 둘러싸고 업체와 피분양자 간 분쟁도 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제주도나 동계올림픽 특수로 투자 수요가 몰렸던 평창이 대표적이다. 제주지법 민사합의4부(수석부장판사 이재권)는 지난달 18일 라마다 제주 함덕호텔을 운영하는 컨설팅 기업 퍼스트민서에 대해 파산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해당 업체는 분양형 호텔 투자자들에게 연 11% 수익을 약속했지만 수익금 미납 등 분쟁 끝에 채권자 측 신청으로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현재 제주지역에서만 분양형 호텔 관련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며 "호텔 난립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시행사·운영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하거나 미지급 수익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혜안 부동산전문센터 관계자는 "동계올림픽이 폐막하면 평창 등지 분양형 호텔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며 "개인이나 소수 투자자가 시행사·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 벅차기 때문에 집단소송 등 단체 행동 형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장원 기자 / 류영욱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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