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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통·번역가 사라지고, 사회복지사는 더 증가’···4차 산업혁명시대 직업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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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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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통·번역가나 증권중개인은 짧은 공부만으로는 진입할 수 없는 ‘전문직’에 속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X-ray) 등을 보고 환자 상태를 정밀하게 판별하는 영상의학전문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은 ‘4차 산업 시대’의 도래, 더 정확하게는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생존을 위협받는 신세가 됐다.

해외여행 중에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통·번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느새 흔한 풍경이 됐다.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외국인도 시장에서 한국인과 대화하다 말문이 막히면 주저없이 스마트폰을 꺼낸다.

미국 IBM이 만든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는 이미 2016년 12월부터 한국의 길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왓슨은 290종의 의학저널과 200종의 교과서, 1500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의료전문자료를 습득해 이를 바탕으로 최상의 치료책을 찾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암 환자의 전신상태와 조직검사 결과, 수술경력 등 20~30개의 정보를 입력하면 8~10초 만에 치료책을 내놓는다. 아직은 ‘인간 의사’의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지만, 환자들이 왓슨을 더 신뢰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암환자 병력만 알면 10초 만에 치료법

한국고용정보원은 2013년부터 ‘신직업’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에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또는 아직 활성화도지 않는 직업을 찾아내 정리하고, 정부지원을 할 것인지 말지도 의견을 낸다. 이렇게 발굴한 신직업은 총 382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직업’(▶보고서 다운로드 받으러 가기)은 이 연구의 최종판이다. 2013년부터 국정과제로 진행된 신직업연구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이 보고서는 증권중개인, 통·번역가, 치과 기공사, 의료진단전문가, 물품이동장비 조작원 등 5개 업종은 향후 5∼10년 사이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콜센터 직원, 은행 텔러, 생산·제조 관련 단순 종사원은 현재부터 5년 이내에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단순명료하다. ‘정형화된 업무로 기술 대체가 용이’하고 ‘소요 비용이 인건비보다 저렴’하며 ‘기계 및 인공지능 등의 업무수행능력이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증권중개인의 업무였던 투자분석과 증권중개업무는 이미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체하고 있다. 통·번역가의 일은 기계학습과 음성인식 기술이 서서히 대신하고 있다. 의료진단전문가는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영상 판독 시스템 ‘왓슨’의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사람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이 5∼10년 내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예측됐다.

치기공사는 3D 프린터 기술 발달에 따라 기존의 복잡한 보철물 제작 공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시설내 물품이동장비 조작원도 자율주행기능이 추가된 이동로봇의 등장으로 비슷한 시기에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콜센터직원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의 발달로 고객 문의사항 자동 답변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5년 안에 위기를 맞을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소셜미디어(SNS)홍보·마케팅 전문가, 빅데이터분석가, 디지털장의사 등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직업으로 꼽혔다. 디지털장의사는 고객이 인터넷에 남긴 글이나 개인정보 등을 찾아 삭제해 주는 일을 한다. (▶“고객 흔적, 우리 머릿속에서부터 지우죠”)

소비자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노출시킨 개인정보, 행동패턴 정보 등을 수집해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 로봇의 설계·제조·판매·사용 등에 적용할 윤리적 기준을 연구하고 만드는 ‘로봇윤리학자’, 가상현실 콘텐츠와 시스템을 기획하는 가상현실전문가 등도 신직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직업,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직업, 로봇 그리고 생명과학 관련 직업 등은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고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며 “특히 양극화가 더 진전될 것이므로 사회복지사나 정신건강상담전문가 등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 예견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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