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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최순실 1심 재판부 “정찬우도 최순실 인사 강요 공모” 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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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5)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의 승진 강요를 공모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최씨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했다.

재판부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66)에 대해서는 정 전 부위원장 등의 강요를 받은 피해자이긴 하지만, 김 회장 지시 때문에 이 전 본부장 승진이 성사된 것이라며 “나는 관여한 적 없다”는 김 회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최씨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 정 전 부위원장과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 승마 훈련비용을 받기 위해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에 본인과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만난 이 전 본부장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하도록 박 전 대통령에게 요구해 성사시킨 혐의(직권남용·강요)를 받았다. 이 혐의는 지난 13일 유죄가 선고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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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안 전 수석, 정 전 부위원장의 행위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활동 전반에 걸쳐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 김정태 회장에게 이 전 본부장의 승진 임명을 요구한 것”이라며 “김 회장이 응하지 않는 경우 유·무형의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해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업무 전반을 총괄하면서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제재 등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정 전 부위원장이 김 회장에게 한 인사 청탁은 강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을 가진 금융위 내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금융위 부위원장이 겸임한다”면서 “2014년 10월29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계약 체결 이후 2015년 7~8월경 노조 통합 문제 등이 불거졌으나 2015년 8월19일 금융위에서 합병 본인가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정 전 부위원장 요구를 김 회장이 들어주지 않으면 합병 등 현안과 관련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다.

“(이 전 본부장 승진은) 은행이 결정하는 문제이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던 김 회장 진술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안 전 수석과 직접 통화를 했고, 글로벌영업2본부장의 조건에 대해 지시를 한 부분 등을 근거로 김 회장이 어느정도 관여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단순한 가능성의 정도를 넘어 글로벌영업본부장의 역할, 해당 분야의 경력 등을 감안하여 외환은행 출신으로 글로벌 영업본부장 후보자를 압축하면 이 전 본부장이 후보자로 추천될 것을 예상하고 지시한 것”이라며 “김 회장의 지시와 이 전 본부장 승진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확정한 사실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 요구를 김 회장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안 전 수석이 2015년 9월13일 정 전 부위원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면서 이 전 본부장 관련해 각종 요구를 한 뒤 정 전 부위원장은 김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해 이를 전달했다. “룩셈부르크에 설치 예정인 하나은행 유럽 총괄법인 사무소를 프랑크푸르트에 설치하도록 하라”, “이 전 본부장을 유럽 총괄법인장에 임명되도록 하라”는 등 매우 구체적인 요구였다.

김 회장이 아직 유럽 총괄법인이 생기지 않았다며 거절하자 안 전 수석은 다시 정 전 부위원장을 통해 김 회장에게 이 전 본부장을 해외 업무 총괄 그룹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회장은 2016년 1월7일 정기인사 때 이 전 본부장을 하나은행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발령했다.

그러나 이번엔 안 전 수석이 정 전 부위원장에게 전화해 짜증을 내면서 ‘왜 본부장이 아닌 지점장으로 발령됐느냐’고 따졌고, 정 전 부위원장은 김 회장에게 ‘그럼 당신이 안 전 수석과 직접 얘기해보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김 회장은 결국 안 전 수석과 직접 통화한 끝에 이 전 본부장을 글로벌영업2본부장 자리에 임명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가 지난해 6월 정 전 부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정 전 부위원장을 아직 기소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혜리·유희곤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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