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철 교수팀, 지난해 대학생 음주행태 조사
남녀 모두 음주 빈도는 2009년보다 줄어들어
한 자리서 마시는 주량은 늘어, 여성 두드러져
고위험 음주율, 여대생이 성인 여성 3배 이상
성 평등과 취업 스트레스, 음주 문화가 영향
"인식 개선 필요, 대학서 자체 절주 방안 내야"
폭음하는 여대생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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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량이 많은 편이라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편"이라면서 "취업준비생이라 평소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를 풀기 위해서 많이 마시게 된다. 남녀 상관없이 편한 사람들이랑 술 먹을 수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임 씨처럼 국내 대학생의 음주 횟수는 8년 새 줄었지만, 끝을 보는 폭음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자리에서 술을 10잔 이상 마시는 여자 대학생이 3명 중 1명꼴이었다. 이는 일반 성인 여성의 5배에 달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20일 ‘대학생 음주행태 현황 및 개선대책’ 심포지엄(양승조 의원실 주최)에서 발표한다. 지난해 전국 82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녀 5024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다.
대학생의 음주 빈도는 줄었지만 한 자리에서 마시는 음주량은 오히려 늘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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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자리서 마시는 음주량은 상당했다.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이라는 남자 대학생은 44.1%에 달했다. 성인 남성 평균(21.9%)의 두 배가 넘는다. 여자 대학생은 차이가 더 벌어졌다. 32.8%로 성인 여성(6.2%)의 5배를 넘었다. 2009년과 비교했을 때 남자(35.4%→44.1%), 여자(15.5%→32.8%) 모두 크게 늘어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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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여성의 음주 증가, 취업 스트레스 가중, 술에 관대한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은철 교수는 "여성 음주를 좋지 않게 여기는 시선이 예전보다 관대해진 것"이라면서 "대중 매체로 연예인 등이 음주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 것과 취업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 대학가의 음주 상황은 '빨간불'이다. 박 교수팀이 미국·영국·뉴질랜드·태국 등 외국 대학생 524명을 조사했더니 이들의 1회 음주량은 모두 한국에 미치지 못했다. 10잔 이상 마시는 비율은 한국이 38.4%였지만 뉴질랜드(13.2%), 태국(8.8%), 미국(5.8%), 영국(2.5%) 모두 절반 이하였다. 유독 한국 대학생만 더 술독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캠퍼스의 인식 개선이나 절주 노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조사에 응답한 대학생의 26%는 남자가 술을 마실 때 10잔 이상 마셔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여자도 5잔 넘게 마셔도 적절하다는 비율이 19%로 가장 많았다. 자신이 평소 마시는 음주량이 '적다'는 응답자도 다수였다. 반면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음주 정책에 대해선 4명 중 3명(75.2%)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대학생은 사회의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한 출발점이다. 각 대학은 자체적인 절주 정책을 만들어 학생들이 적절한 음주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잘못된 음주 행태에 노출된 여대생은 장기적으로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 정부도 여성에 초점을 맞춘 건강 증진 계획이 부족한데 이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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