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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이혼소송에서의 조정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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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사람과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어 살았는데 헤어질 때 소송까지 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방법은 소송뿐이다. 소송을 제기 하게 되면 서로 할퀴며 싸우는 것으로만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오진 않으려했어요”하며 눈물을 보이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말한다. 소송이 꼭 싸우기만 하는 절차는 아니라고.

매일경제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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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에서는 ‘조정전치주의’라고 하여 이혼소송에 조정절차를 필히 거치도록 마련해놓았다. 물론 양쪽이 너무 대립하여 도저히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질 여지가 없을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조정절차를 건너뛰기도 하지만 10건 중 약 9건은 조정을 적게는 1회 많게는 3회 정도 거치고 있다.

조정이란 협의이혼에 이르지는 못한 두 사람이 감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 번 이혼조건에 대해 협의하는 절차이다. 소송이 시작되고 초반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서로 서면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한 다음 열리기도 한다. 조정기일이 열리게 되면 우리가 예전에 TV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에서 본 적이 있는 조정실과 조정위원들이 등장한다. 딱딱한 법정이 아닌 테이블이 있는 방에서 조정위원들과 양쪽 변호사들, 당사자들이 마주앉아 이혼, 양육권, 위자료, 재산분할, 면접교섭에 대한 사항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는 것이다.

조정절차는 이혼전문변호사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법정에서는 법적 주장과 증거위주로 변론을 한다면 조정절차에서는 서로에 대한 쌓였던 감정을 풀기도 하고, 연세가 지긋한 조정위원들의 인생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이 절차는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의 장으로 번지기도 하고(고성 내지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사람들이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양쪽 대리인을 통해서만 의견을 전달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아주 드물게는 서로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더 드물게는 재결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는 이혼소송에서의 조정절차야 말로 조정이 성립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혼하는 부부에게 정말로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혼까지 결심한 마당에 다시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일방적인 판사의 판결을 기다려서 억울해하며 한쪽에서 불복절차(항소심, 상고심)를 거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고 합리적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부부가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 자녀의 엄마, 아빠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만 가득한 채 이혼이 되고 나면 이혼 후에도 자녀에게 상대에 대한 비방을 하거나 면접교섭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정절차는 판사가 일방적으로 내리는 판결과는 달리 모든 사항을 당사자들 끼리 협상하는 것이기에 이혼 후 각 사항에 대한 이행이 더 잘 이루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협의이혼이 되지 않았는데 소송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아 낙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혼소송은 조정전치주의라는 원칙상 조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많은 부부들이 소위 ‘끝까지’가지 않고 이혼소송을 마무리 짓기 때문이다. 이혼소송은 많이들 생각하는 것처럼 ‘막장’이 아니고 법원과 변호사들이 중재하는 또 다른 방법의 의견 조율과정일 수 있다. 이혼에 이르기까지 결심은 너무나 어려웠지만 그 과정만큼은 좀 더 쉽게 풀리길 나를 찾아온 많은 분들에게 바라고 또 바란다.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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