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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무비클릭]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 | 캐릭터는 ‘그뤠잇~’ 스토리는 ‘많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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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모험, 코미디/ 김석윤 감독/ 120분/ 12세 관람가/ 2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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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은 어느새 명실상부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대명사가 됐다. 2011년 새해 설맞이 영화로 시작됐던 ‘조선명탐정’은 몇몇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뒀다. 김명민은 중량급 연기자기는 했지만 코믹 연기에 있어서 확답을 주지 못한 상태였고 김석윤 감독은 드라마가 아닌 예능 쪽 연출자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김명민·오달수 콤비 활약과 김석윤 감독의 예능적 감각은 대중의 코미디 감수성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짧게 치고 빠지는 영화적 리듬이라든가 카메라를 머리에 부착한 과장된 연출은 오히려 텔레비전 예능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을 무리 없이 극장에 유인했다. 그런 ‘조선명탐정’이 두 번째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세 번째 이야기를 개봉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현실 비판적 색채가 줄고 판타지가 늘었다는 점이다. 전작인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나 ‘사라진 놉의 딸’은 조선 정조 집권 시대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사회 부조리나 부패를 수사극 이면에 배치했다. 천주교에 대한 열망이라든가 권력의 부패 같은 것 말이다. 다시 말해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은 정조 시대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셈이다.

하지만 3편에 이르러 정조라는 실명의 왕은 유명무실해진다. 왜냐하면 이번에 등장하는 비밀에는 흡혈귀라는 판타지 요소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흡혈귀가 된 이유 혹은 배경 사건들 역시 역사적 바탕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매우 상식적인 설정에 가깝다. 물론 전편에서도 롤러코스터와 같은 비현실적인 어드벤처 소재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현실적 요소가 배제돼 있는 편에 가깝다.

탐정 김민의 활약이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지만 과학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리력을 가졌던 김민은 셜록 홈스와 비견돼왔다. 단서를 추적해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고 괴력이나 환상으로 꾸며진 일들을 이론으로 풀어내 숨은 사연까지 찾아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흡혈귀란 애당초 환상의 피조물이기에 아무리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설명하려 해도 무리가 있다. 결국 조난으로 좌초된 서양의 배에 뱀파이어, 즉 흡혈귀가 타고 있었다 같은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제시되는 것이다.

흡혈귀라는 판타지를 받아들인다면 탐정 오락 수사 버디물로 웃기고, 재미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묘령의 여인 역할을 맡은 김지원은 지금까지 시리즈 중 그 어떤 여배우보다 훨씬 더 흡입력 있는 눈빛과 매력을 보여준다.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만큼 컴퓨터 그래픽이나 액션 역시 화려해졌다. 시리즈를 통해 역사를 갖게 된 여러 인물들의 화학적 조합도 흥미롭다.

시리즈물을 제작함에 있어서 일관성을 갖기란 무척 어렵고 까다롭다. ‘조선명탐정’은 명탐정 김민의 좌충우돌 캐릭터와 오달수의 앙상블에서 시리즈의 생명력을 찾았다. 자신을 복제하고 패러디하면서 빚어내는 웃음은 이미 두 배우 자체가 흥행의 키워드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다음이다. 이야기가 아닌 캐릭터의 연속성이라는 게 관객의 취향을 깊이 움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6호 (2018.02.21~20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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