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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People] ‘팍스넷 창업자’서 블록체인 전도사 변신 박창기 거번테크 대표 | 블록체인 기술로 몹쓸 정치 확 바꾸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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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55년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CJ제일제당/ 1999년 팍스넷 창업/ 2001년 핑거 설립/ 2003년 Praxis 창업, 대표/ 2012년 에카스 설립/ 2013년 블록체인OS 의장/ 2016년 거번테크 대표(현)


지난 2월 7일 서울 강남의 한 강연장. 초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60여명이 모여 수료식을 하고 있었다. 5주간 진행된 ‘DT(데이터 테크놀로지)&부트캠프’·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인재 교육 과정이다. 이날 수료생들은 그동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디앱(dApp·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 혹은 서비스)을 발표했다. 기부금을 내면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 가능한 앱, 와인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 중고차의 사고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앱 등 당장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였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는 박창기 거번테크 대표(63). 박 대표는 1999년 당시 증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예측 시스템으로 알려진 팍스넷 창업자다. 2002년 SK그룹에 매각(약 250억원)한 후 핀테크, IT 빅데이터 업체에 투자해오던 그는 2015년 블록체인 기술에 눈을 뜬 후 이쪽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해 5월 스위스에서 발행한 보스코인의 ICO(가상화폐공개)에도 관여했다. 보스코인은 발행 당시에 비해 올해 2월 기준 20배 가까이 오른 0.6달러(ICO 대비)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안착했다.

“암호화폐, 거래 등을 연구해봤는데 진출 영역이 무궁무진했습니다. 문제는 전문 인력 수급이었어요. 수소문해보다 그냥 제가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게 캠프였습니다.”

모집 초기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20명만 모집하려 했으나 수백 명이 지원했다.

“국내외 대학은 물론 금융사 등에서 2기, 3기를 같이해보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재에 목마른 산업이구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정치 서비스 ‘델리크라시’ 출시

그는 최근 또 다른 프로젝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IT 산업과 동떨어져 있는 곳이 정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국민보다 공천권에 목매는 국회의원, 조작 논란에 항상 휩싸이는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등 허점이 많잖아요. 반면 호주 ‘로미오’, 스페인 ‘디사이드마드리드’ 등 새로운 정치 플랫폼은 대안으로 떠올라요. 그래서 저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델리크라시’란 서비스다. 예를 들어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이냐는 설문을 이 서비스상에 올린다 치자. 블록체인 기반으로 참여자가 의견을 개진하니 여론 조작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베팅할 때 암호화폐 등 보상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설계하면 그만큼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박 대표 생각이다. 이미 여당에서는 시험운영을 해봤고 최근 시민단체 등에서도 구입 문의가 많다고.

박 대표는 “거번테크란 사명은 거버넌스와 테크놀로지, 즉 정치·행정·교육을 기술과 접목시켜 보다 효율성을 증대해보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명에 딱 맞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6호 (2018.02.21~20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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