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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CEO LOUNGE] 여민수·조수용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 | 올드보이 귀환…수익 제고(여민수)·브랜딩(조수용)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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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YB(Young Boy)에서 OBs(Old Boys)로의 귀환.”

최근 카카오의 CEO 교체 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카카오가 다시 공동대표 체제로 돌아간다. 30대 중반 업계 최연소 CEO로 화려하게 데뷔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래전략자문역으로 물러나고, 40대 중후반인 여민수 카카오 광고사업부문 총괄부사장(49)과 조수용 카카오 공동체브랜드센터장(44)이 공동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임지훈 대표가 스스로 사임을 밝혔다지만 업계에서는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지훈 대표가 재임한 2년 3개월 동안 카카오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4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로엔엔터테인먼트 덕분에 선방했다. 수익화 지연 원인으로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등 신사업 투자가 꼽히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장의 실망을 다독이기 힘들다. 지난 2년 3개월간 카카오 시가총액은 약 8조원에서 약 7조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시총이 약 20조원에서 약 30조원으로 50%가량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카카오의 운전대를 넘겨받은 만큼, 두 공동대표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두 내정자는 모두 NHN(현 네이버) 출신으로 카카오에서 근무한 지는 2년이 채 안 된다. 그러나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NHN에서 함께 근무하며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와 김 의장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인물들이다.

매경이코노미

▶김범수 의장과 NHN 한솥밥 ‘동지’

광고·사업 수익 ‘두 마리 토끼’ 노려

1조원 투자할 신성장동력 찾기 골몰

임지훈 대표가 김범수 의장에게 발탁된 ‘김범수 키즈’라면, 두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과 비슷한 동년배이자 IT 1세대로서 오랜 동지에 가깝다는 평가다. 셋 다 NHN을 떠난 이후에도 각자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 보인 ‘검증된’ 인재들이다.

여민수 대표 내정자는 오리콤과 LG애드를 거친 광고 전문가다. 지난 2000년부터 NHN e비즈니스 부문장을 맡아 일하며 당시 NHN 대표였던 김범수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김 의장이 카카오 창업을 위해 2007년 NHN을 떠나고 2년 뒤 여 내정자도 NHN을 떠나 이베이코리아를 거쳐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을 맡아왔다. 김 의장은 카카오 광고 매출이 부진하자 2016년 9월 여 내정자를 광고사업부문 총괄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여 내정자는 카카오에 합류한 직후 카카오광고 플랫폼을 만들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광고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4분기 카카오의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은 여 내정자가 주도한 광고 플랫폼 덕분이란 게 업계 평가다.

조수용 대표 내정자는 1999년 프리챌 디자인센터장을 거쳐 2003년부터 NHN의 디자인 업무를 총괄했다. 네이버의 ‘녹색 검색창’을 고안하고 네이버 판교사옥 ‘그린팩토리’를 디자인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네이버의 한 임원은 “당시 대부분의 사업은 디자인팀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힘이 막강했다. 네이버란 회사의 근간을 다진 인물”로 그를 기억한다.

2010년에는 네이버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 브랜드 컨설팅 기업 ‘JOH’를 설립하고 브랜드 전문 월간지 ‘매거진B’를 발행하며 홀로서기에 나선다. 광화문 ‘D타워’와 여의도 ‘글래드호텔’ 공간 설계, ‘세컨드키친’과 ‘네스트호텔’ 디자인도 그의 작품이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2016년 11월 카카오를 통해 JOH 지분 45.5%를 인수하며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한 달 뒤 브랜드디자인 총괄부사장으로 카카오에 합류,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들의 브랜드를 통합 관리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지원하는 공동체브랜드센터를 이끌어왔다.

‘통합 카카오’의 경영 1기를 이끈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 시절에는 합병된 두 조직의 화학적인 결합과 시너지 발굴에 초점이 맞춰졌다. 2기 임지훈 대표는 투자 전문가답게 카카오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M&A를 통해 회사 덩치를 키웠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을 분사하고 로엔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이제 경영 3기를 책임지게 된 두 사람의 지상과제는 단연 ‘수익화’가 꼽힌다.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9724억원, 165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8.4%에 불과하다. 네이버 등 IT 기업 영업이익률이 30~50% 안팎인 데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두 내정자는 임지훈 대표가 뿌려놓은 여러 사업들의 씨앗과 묘목을 잘 가꿔 한 그루 나무로 키워내야 한다. 아직 수익성이 미진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AI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가 단일대표 체제에서 다시 공동대표 체제로 바꾼 이유도 수익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두 내정자는 카카오의 차기 핵심 수익 모델이 될 광고 플랫폼과 카카오T, 카카오미니 등을 주도해왔다. 그런 만큼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광고와 사업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김범수 의장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여민수 내정자가 카카오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 작업에 집중한다면 조수용 내정자는 카카오 브랜드를 각 계열사에 입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40대 CEO로서 기존 경영진과 연배도 비슷하고 이들과 함께 NHN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쉽게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익화 외 또 다른 숙제는 해외 진출이다. 카카오가 2월 초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신주 826만1731주를 해외 주식예탁증권(GDR) 형태로 발행하며 해외 투자자금 1조원을 유치한 것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이번 투자자금의 90%를 게임·웹툰·음악·동영상 등 콘텐츠 플랫폼 업체 위주의 인수합병(M&A)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내정자는 해외 사업을 담당해온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와 함께 투자할 만한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해외 진출 1순위로 꼽히는 국가는 네이버가 성공 신화를 쓴 일본이다. 카카오는 웹툰 앱 ‘픽코마’가 일본에서 하루 이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자 일본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3년 전 김재용 네이버재팬 크리에이티브센터장을 카카오재팬의 대표로 영입한 데 이어 김범수 의장도 지난해 11월 카카오재팬 이사로 취임했다. 올해에는 카카오게임즈와 멜론 등을 통해 일본 게임·음악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올 하반기에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향후 카카오가 해외에서 조달한 1조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다.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의 (1조원에 달하는) 신주 발행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보다 조달한 자금의 활용처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상황이다. 글로벌 콘텐츠와 플랫폼 관련 M&A, AI 등 4차 산업 관련 국내외 투자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향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영역과 지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한다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6호 (2018.02.21~20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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