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남들이 내릴 때 우리는 올린다'거꾸로 가는 한국피자헛의 상생협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뉴스

피자헛 로고


피자헛 로고 (서울=국제뉴스) 이성범 기자 = 작년 한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논란으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피자헛은 오히려 이런 모습과는 동떨어져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16.4%나 인상된 7530원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부담이 늘어나 이에 많은 가맹본사들이 점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맹본사의 경우 가맹점의 고통분담과 수익개선을 위해 가맹본사와 점주협의회가 TF를 구성, 7개월의 논의를 거쳐 지난달 '가맹점 손익개선 및 상생경영 방안'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한 커피프랜차이즈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내리고 로열티도 낮추기로 하는 등의 상생협약이 가맹점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시대흐름에 역행하는 한국피자헛

향후 더 많은 가맹본사의 동참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상생협약을 체결한 한국피자헛의 경우는 오히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들로 점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피자헛 점주는 "피자헛의 경우 콜라, 밑소스, 고기류 등 각종 부자재 가격이 인상된다는 이야기를 1월에 들었다"며 "타사는 상생을 위해 본사지원까지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가격이 인상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가격인상 예정임에도 박스 및 부자재의 불량율은 더 높아졌다"며 "심지어 유통기한이2~3일 남은 제품들이 매장 입고된다"고 밝혔다.

국제뉴스

사진=(좌)감자가 까맣게 타거나 (우)포장박스가 불량인채 배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 점주는 밝혔다/ 제보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좌)감자가 까맣게 타거나 (우)포장박스가 불량인채 배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 점주는 밝혔다/ 제보자 제공

이와 관련 한국피자헛 가맹본부는 "가격 관련 정보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세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명문화된 상생협약 있어도 실효성 의문

한국피자헛은 2015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의원 입회 하에 가맹본사와 점주협의회간 '한국피자헛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총 12개 조항으로 정기적 협의, 광고비, 프로모션, 재계약 및 장기적 과제 등이 포함됐다. 서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에 따르면 상시적인 프로모션으로 '3040'이 있는데, '3040'이란 배달(30%)과 포장(40%)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숫자다.

배달과 포장은 구매고객들에게 할인혜택을 줘서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물론 이런 프로모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 감소 분에 대해서는 본사와 점주가 협의 후 진행한다. 하지만 프로모션 자체가 상시적이기 때문에 일정시간이 지나면 매출증대 효과는 줄고 할인으로 인한 수익만 줄어든다는 것이 점주들 입장이다

최근 3040으로 진행되던 프로모션이 본사의 일정한 지원 하에 4050으로 한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상생협약에 명시된 대로 전체 점주의 30%가 반대하지 않을 경우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점주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다른걸 다 떠나 과도한 할인으로 접근하면 그 다음이 없다"며 큰 폭의 할인 행사 후 이어질 매출절벽에 대해 걱정했다.

일부 점주도 "점주들 이익률이 5%정돈데 본사는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본사와 점주들 사이에 온도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프로모션 변경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알려왔다.

국제뉴스

사진=(좌)냉동제품임에도 유효기간 임박해 입고된 제품 (우)유효기간 일주일 남기고 입고된 간장소스는 전량 반품처리 됐다/ 제보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좌)냉동제품임에도 유효기간 임박해 입고된 제품 (우)유효기간 일주일 남기고 입고된 간장소스는 전량 반품처리 됐다/ 제보자 제공

상생협약 제대로 지켜지는지 공정위 감시 나서야

피자헛 상생협약에 점주협회의와 매월 정기적으로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음은 물론 일반 점주들과 하는 미팅조차 작년 3월부터 점주협의회 대표가 참석하지 못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2018년 1월부터 다시 참석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를 대동해 광고비를 열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아직 진행되지 못했고 상생협약 자체를 재조정 하자는 제의를 본사로부터 받았다"고 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한국피자헛은 "당사는 가맹점주와의 협력과 상생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으며, 본부와 점주 간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상생협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문안을 재조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생협약에 대해 피자헛 본사의 갑질논란이 커져 2015년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추진되자 스트븐 리 한국피자헛 대표가 진정성 없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체결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에는 설을 앞두고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졌다. 피자헛 대표의 이름으로 각 점주들에게 선물이 배달됐는데 몇몇 점주들이 그럴 리가 없다며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말까지 점주들 사이에 돌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행태와는 너무도 다른 일이 벌어지자 선물수령 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오인한 것인데 진정성 있는 변화의 시작이기를 바란다.

공정거래위원회 민생정책의 일환으로 프랜차이즈업계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가맹본사와 점주들 사이의 상생협약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상생협약의 체결은 그 시작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렵게 심은 씨앗이 씩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당사자인 가맹본사의 상생의지와 감독기관인 공정위의 보다 엄격하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 및 상생협약의 효력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추후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프랜차이즈관련 불공정행위 제보 바랍니다.

<저작권자 Copyright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