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기준시가 2위 영등포 아테네
시세 더 비싼 오피스텔보다 더 비싸
과거 1위까지 올랐던 분당 타임브릿지
거래가격은 30% 넘게 오르는 사이
기준시가는 50% 가량 하락하기도
"정부 공시가격 시스템 개혁" 필요
'분당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는 고급 오피스텔인 타임브릿지. 지난 10여년간 시세는 많이 올랐는데 국세청이 발표한 기준시가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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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인 부동산 평가 가격인 오피스텔 기준시가의 한 단면이다. 정부가 발표한 상위권 기준시가 일부를 조사한 결과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평가 체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정부의 공인 가격이 주먹구구식으로 부실하면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부동산 정책이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한국감정원을 통해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오피스텔 기준시가를 지난해 말 발표했다. 지난해 8월까지 준공된 57만여 실이다. 공실률이 높은 일부는 제외됐다.
기준시가는 양도·상속·증여세 과세에 활용되기 때문에 국세청 업무다. 국토교통부가 맡은 주택 공시가격도 원래 국세청이 기준시가로 발표하다 2006년부터 국토부로 넘어왔고 이름도 바뀌었다.
영등포에서 전국 2위 오피스텔 나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1가에 있는 아테네. 지난해 6월 지어진 9층짜리 한 개 동의 복합건물이다. 2~5층에 16실의 전용 17~38㎡(원·투룸)의 소형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고 6~9층은 다세대주택 12가구로 이뤄졌다.
올해 오피스텔 기준시가 2위에 오른 영등포 아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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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의 올해 기준시가가 3.3㎡당 평균 1762만원이다. 국세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피엔폴루스(3.3㎡당 평균 1971만원)에 이어 단위면적당 두 번째로 비싸다.
서울에서 집값과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오피스텔이 강남권의 내로라하는 오피스텔들을 제치고 전국 2위를 차지했다. 과거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서초구 서초동 부띠크모나코(3.3㎡당 1345만원), 강남구 신사동 현대썬앤빌(3.3㎡당 1564만원) 등을 제쳤다.
3위는 서초구 서초동 강남아르젠(3.3㎡당 1701만원)이다. 4위도 강남권 이외에서 나왔다. 지난해 준공된 마포구 노고산동의 신촌다올노블리움(1630만원)이다. 5위는 강남권이다.
자료: 국세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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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테네 기준시가가 실거래가격이나 주변 오피스텔보다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기준시가를 시세의 80%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테네 실제 거래가격이 3.3㎡당 1600만~1900만원이었다. 80%를 작용하면 1300만~1500만원이다.
거래가격이 비슷한 인근 오피스텔의 기준시가는 아테네의 절반이다. 아테네 전용 17㎡가 지난해 8월 1억4300만원에 거래됐고 2016년 완공된 신한헤스티아 전용 18㎡의 지난해 6월 거래가격은 1억4000만원이었다. 이 두 오피스텔의 임대료도 비슷하다. 아테네 전용 28.8㎡가 지난해 7월 보증금 1억6000만원에 전세로 계약됐다. 지난해 12월 신한헤스티아 전용 29㎡의 전세 거래금액은 1억8000만원이었다.
땅값은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신한헤스티아가 3.3㎡당 1134만원으로 아테네(1082만원)보다 되레 더 비싸다.
올해 오피스텔 기준시가 1위인 청담동 피엔폴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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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격 비슷한데 기준시가는 배 차이
아테네의 거래가격은 순위가 두 계단 더 낮은 신촌다올노블리움보다 낮다. 지난해 신촌다올오블리움의 실거래가격이 3.3㎡당 2300만~2600만원이었다. 전용 19㎡가 2억150만~2억2500만원이었다. 같은 크기의 아테네는 1억5900만원이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아테네가 지은 지 1년도 안 된 '신상'이긴 해도 거래가격과 임대료 등을 고려할 때 기준시가가 매우 높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내 주상복합건물이 몰려 있는 정자동에 들어서 있는 타임브릿지. 독특한 외관의 최고급 오피스텔로 '분당의 타워팰리스'로 불리기도 한다.
37층짜리(높이 114m) 두 동 사이에 브릿지가 연결돼 있어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연상시킨다. 삼성전자가 2004년 자사 임원들만을 위해 특별분양해 2006년 지었다.
전용 148~247㎡ 대형으로 이뤄졌다. 2000년대 후반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를 누르고 전국 최고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전국 1위의 '분당 타워팰리스'
준공 이후 12년 동안 실제 거래가격이 30~50%가량 올랐다. 준공된 해 6억원 정도이던 전용 148㎡가 지난달 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203㎡는 2006년 9억원에서 지난해 14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2011년 4억3000만~5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48㎡의 전셋값이 지난해엔 7억원까지 올랐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오피스텔의 공시지가는 3.3㎡당 2479만원에서 3570만원으로 4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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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교통부 국세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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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준시가는 10여년 동안 반 토막 났다. 최고층인 37층 전용 247㎡의 기준시가가 2007년 1949만원에서 올해 893만원으로 50% 넘게 떨어졌다.
27층 전용 148㎡ 기준시가도 같은 기간 1724만원에서 790만원으로 내렸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47.6% 올랐다.
2007년 1949만원에서 올해 893만원으로 '뚝'
아테네·타임브릿지 등의 이해 못 할 기준시가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 공인 부동산 가격 체계가 신뢰성을 잃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지가 등과 함께 정부가 감정 평가를 통해 산정하는 공인 가격이다. 각종 세금 등의 부과 기준금액으로 쓰이고 정부 정책 집행의 잣대다.
올해 부활해 논란이 뜨거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재건축부담금이나 정부가 인상을 추진하는 보유세 등은 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재건축부담금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률을 초과한 상승분에 부과된다. 재산세·종합부동산의 과세 기준 금액도 공시가격이다.
오피스텔 기준시가의 부실 우려가 높으면서 정부의 다른 공인 가격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그러잖아도 공시가격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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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으로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표준단독주택 상위 10위권의 공시가격과 추정 시세를 분석한 결과 평균 시세 반영률이 53%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반 아파트 70% 선에 비해 훨씬 낮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68억원에 매각한 강남구 삼성동 사저의 공시가격이 36억원(53%)이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한 이명희 신세계 회장 주택 역시 실거래가격이 325억원으로 추정됐으나, 공시가격은 169억 원으로 시세반영률이 5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마 위에 오른 정부 공시가격 시스템
공시가격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덜해 과세 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정 의원은 "정부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준시가와 표준지 공시지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이어 앞으로 개별 공시지가,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대상이 많고 보유세·재건축부담금 등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가장 민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공인 가격 평가 시스템이 논란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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