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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産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거부권 상실…美 본사 결정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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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주주' 産銀 책임론 급부상

10년간 외부이사 18명중 절반 파견

GM부실자료 제출에도 문제제기 안해

美 본사, 언제든 한국서 철수 가능

"한국GM 실사 하나마나" 지적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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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김경은 기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자회사 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던 산업은행이 한국GM 사태에서도 그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임에도 산은은 미국 GM 본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구조조정의 달인’인 GM과의 협상이 쉽지 않으리라고 평가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처럼 산은은 GM으로부터 회사 운영에 관한 정보를 받지 못했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도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산은은 2대 주주로서 대표이사를 뺀 이사 10명 중 3명을 선임할 수 있고 공장이전ㆍ폐쇄 등 16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거부권도 갖고 있다. 한국GM 이사의 절반 이상이 산은 출신으로 구성됐지만 산은 측에 경영정보를 주지 못했다. 주주로서 산은의 역할론이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관리자가 관리당하는 꼴”

문제는 GM사태와 관련해 회사 측에서 제공한 정보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인데다 제대로 된 경영정보도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GM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보고를 받는 것 같지 않았다”며 “회사 측이 제공하는 정보가 신뢰도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는데도 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GM측이 경영정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를 지난 2002년 GM 본사에 매각하면서 ‘주주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3월 주주감사권을 발동해 한국GM 측에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6개의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GM은 달랑 6개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기밀사항’이라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산은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GM은 이사회 논의 과정이나 회의록조차도 산은에 제공하기를 거부했다. GM측에서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법상 보장된 회계장부 열람, 재무상태 검사 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2016년 3월에도 산은은 한국GM을 중점관리대상 회사로 지정한 뒤 △경영진단 컨설팅 실시 △선제적 모니터링 강화 △소수주주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점관리방안을 수립했지만 GM이 이를 거부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상법상 2대 주주지만 사실상 경영에 아무런 개입도 역할도 못한 것이다. 2008년 이후 산은이 파견한 이사 18명 중 9명이 산은, 6명이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재 3명의 사외이사가 한국지엠 내부에서 여러 요구를 했지만 지분율 17%를 가진 소수주주에 불과해 대주주인 GM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지 못했다”며 “GM의 일방적인 자료 통제와 비협조적인 행태로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산은이 직접적인 개인을 못했던 이유는 GM의 지분 처분제한 해제 기한이 지난해 10월 만료됐기 때문이다. GM이 가진 한국GM 지분은 한국GM이 출범하던 2002년 10월 이후 15년간 처분이 제한돼 있고 산은은 한국GM 총자산의 20%를 넘는 자산의 처분·양도와 관련된 비토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비토권이 지난해 10월 사라진 것이다. GM 본사로선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언제라도 가진 한국GM 지분을 팔고 떠나버릴 수 있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은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야만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진행할 수 있다”며 “관리를 위해 산은 출신을 관리자로 내려보내지만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이들에게 확실한 경영 인센티브를 주는 관리자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마나’ 실사 무용론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된 실사 결과가 나올지 회의적인 반응이다. 실사 자체가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정부가 지원을 전제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한국GM이 산은의 실사는 수용했지만 3대 선결 조건을 비롯해 실사의 범위, 제3의 외부 전문기관을 어디로 할지 등을 놓고 접점을 찾을지도 의문이다. 기업에 대한 실사가 2~4개월 소요되는데 이달 말까지 실사 데드라인을 맞추기 불가능하다.

GM이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우리 정부와 산은을 압박하며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민심과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GM측에 패를 다 보여줬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논리로 문제를 풀어야 할 산은도 정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더는 ‘칼잡이’로서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반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보다도 못하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산은은 설 연휴 이후 GM실무진과 공식적인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재무실사에 앞서 △매출원가 및 이전가격 공개 △본사와의 고금리 불공정거래 의혹 해명 △주주감사권 행사 허용 등 3대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GM이 이를 수용해야 실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결 조건을 GM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한국GM은 2대 주주인 산은에조차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등을 철저히 막아왔다.

전문가들은 GM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는 산은의 협상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라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은이 주주로서 최소한 앞으로 일정 기간 철수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반드시 받고 나서 지원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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