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하이차는 중국에서 50대50 합작으로 상하이GM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GM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상하이차는 한국GM 지분의 6%를 보유해 GM 본사(77%)와 산업은행(17%)에 이은 3대 주주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상하이차가 GM 본사로부터 한국GM의 일부 조직이나 생산시설, 또는 전체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차는 지난해 GM이 인도에서 운영해 오던 할롤공장을 인수하며 GM의 인도 시장 철수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국GM은 중국과 가까운 부평에 본사와 말리부 등 5종의 차를 생산하는 최대 규모의 공장을 두고 있다. 군산공장 역시 중국과 서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위치다. 게다가 부평과 군산공장 주변에는 수백곳의 부품업체들까지 위치해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차례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의 낮은 브랜드 가치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중국과 가까운 곳에 본사와 주요 생산기지가 있고 옛 대우차 시절부터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가치까지 갖춘 한국GM은 상당히 탐나는 인수대상이 될 만하다.
중·소형차 연구개발(R&D) 기지의 강점도 상하이차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GM은 지난 2002년부터 15년 동안 한국GM에 매년 6000억원 이상, 총 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해 왔다. 현재 한국GM 차량개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인력만 약 3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하이차가 한국GM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넘어서야 할 산들이 여럿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한국GM 일부 관계자조차도 강성 노조와 과거 상하이차의 쌍용자동차 기술탈취 논란에 대한 반발 등을 이유로 상하이차의 지분 매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 ‘사회주의 국가’ 中도 감당 못한 강성노조…상하이차 참여의 최대 걸림돌
“사회주의 국가 출신인 우리도 한국의 강성노조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지난 2009년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한국을 떠나면서 중국 상하이차 임원들이 남기고 간 말이다. 업계에서는 상하이차의 한국GM 지분 매입이나 일부 생산시설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로 한국의 강성노조를 꼽는다. 과거 쌍용차 노조 때문에 홍역을 치렀던 상하이차가 높은 인건비와 극심한 노사갈등을 감수하고 재도전에 나설 만큼 한국GM의 투자가치가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상하이차는 2004년 5억달러(약 5500억원)에 쌍용차를 인수했다. 상하이차는 당시 빈약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쌍용차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4년여간 이어진 상하이차의 쌍용차 경영은 ‘악몽’으로 남았다. 중국 브랜드가 된 쌍용차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판매량과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2004년 약 3조300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08년 약 2조5000억원으로 급감했고, 31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년만에 2273억원의 영업손실로 바뀌었다.
상하이차가 파산을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도하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약 2개월간 총파업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 노조는 평택공장으로 출근하는 상하이차 임원들을 차량에 가둔 채 노트북과 각종 업무자료 등을 빼앗기도 했다. 당시 노조의 파업과 불법쟁의 활동을 주도했던 인물이 지난 2015년 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현재 복역 중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 10년 전 쌍용차 ‘기술먹튀’ 논란도 문제…국민 거부감 커 쉽지 않을듯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떠난 후 불거진 기술탈취 논란도 한국GM 인수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쌍용차 인수 당시 상하이차는 매년 3000억원씩 4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간 30만대 수준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 그러나 4년 뒤 상하이차가 한국을 철수할 때 이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상하이GM의 중형 SUV 에퀴녹스/상하이GM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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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차가 떠난 뒤인 2009년 검찰은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을 상하이차에 불법적으로 넘긴 혐의로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장 등 임직원 7명을 기소했다. 당시 이들은 쌍용차를 운영하던 상하이차의 요구로 다량의 기술 문건을 넘겨줬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상하이차가 애초부터 장기적인 경영보다 쌍용차가 가진 핵심 기술을 탈취하는데 관심을 두고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술탈취 의혹으로 인해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차가 한국GM 문제 해결에 특별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 상하이GM은 쉐보레 뿐 아니라 캐딜락, 뷰익 등 GM에 속한 브랜드의 거의 전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며 “상하이차가 굳이 마진도 적은 중·소형차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성노조와 한국 국민들의 비난 등을 감수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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