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상 초유 총수부재 시험대…홈쇼핑·면세점 등 '첩첩산중'

3~4월 홈쇼핑 재승인 심사 불이익 가능성, 월드타워점 면세점도 장담 못해

신동주 전 부회장 반격 준비, 日 롯데홀딩스 주총 표대결 재현될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2018.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롯데그룹이 설 연휴 직후부터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에 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의 주주 총회는 물론 홈쇼핑 재승인 등 크고 작은 현안들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가깝게는 이달 27일 롯데지주가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안을 최종 승인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고, 오는 5월에는 사업권이 만료되는 롯데홈쇼핑 재승인 문제도 걸려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롯데 경영권 방어 등도 신동빈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롯데는 이달 27일로 잡힌 롯데지주의 롯데상사,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계열사 흡수합병을 위한 주총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등기일로부터 6개월 내에 모두 해소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것이다. 주총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롯데는 지난 10월12일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를 모두 해소하게 된다.

신동빈 회장이 비록 면세점 특허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측에 70억원이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그가 약속한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순환출자해소 약속은 일단 지켜지는 셈이다.

오는 5월 26일 사업승인간이 만료되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에는 비상이 걸렸다. 3~4월 중에 본격적으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오너의 법정구속은 '정성적' 평가를 중요시 하는 홈쇼핑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재승인 심사와 관련한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강현구 전 대표에게 지난해 11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지난해 가까스로 재개장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다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것도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비상경영위원회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 13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단초를 제공한 사안이다.

롯데는 2015년 7월과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연거푸 탈락하며 고전했다. 7월 특허심사는 신규특허여서 별 영향이 없었지만 11월 월드타워점 특허 상실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뼈아팠다.

그러다 정부가 2016년 4월 29일 업체 4개 신규 특허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고 롯데는 그해 12월 특허를 얻어 월드타워점을 가까스로 재개장한다.

당시 정부의 신규특허 추가에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신동빈 회장이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해 이런저런 현안을 보고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혜 논란은 더 거세졌다.

2016년 6월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있다. 지난해 매출 6112억원으로 단일 매장 매출로 세계5위권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특허를 두산에 내줘 2016년 6월 말 문을 닫았었지만 그해 12월 특허를 다시 따내 이듬해 재개장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당시 사건 흐름을 간단하게 재구성하면 '2015년 11월 월드타워점 특허 상실 →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 회장 면담 → 4월 29일 특허 추가 → 5월 27~31일 롯데의 70억원 출연'으로 요약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특허 취소를 위해서는 관세법 저촉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취득과정에 위법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월드타워점 특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세청은 판결문을 검토해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단 2016년 신규 특허 추가를 결정할 당시 주체 중 한 곳이 다름 아닌 관세청이고, 2015년 7월과 11월 심사에서 채점 오류가 발견되는 등 면세점을 둘러싼 비리는 사정당국의 총체적인 조사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분쟁 재점화 움직임도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롯데 수뇌부를 옥죄고 있다.

더구나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16년 1월 27일 직접 원고로 나서 제기한 광윤사 주총결의사항 취소 청구 소송도 지난달 25일 기각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지위도 변함없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여전히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지분율 28.1%)인 광윤사의 절대적 과반주주(50%+1주)다.

신동빈 회장이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 5개 관계사(20.1%), 투자회사 LSI(10.7%), 임원지주회(6.0%) 등의 우호 지분을 규합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지만, 이번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을 계기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임직원 설득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광윤사 관련 소송이 기각됐더라도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특별한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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