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퍼페추얼 가디언’앤드류 바네스 대표 인터뷰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실험
성과 측정 위해 대학과 협의도
퍼페추얼 가디언 앤드류 바네스 창업자. 퍼페추얼 가디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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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관심이 솔직히 감당이 안 될 정도네요. 주4일 근무제 시범 운영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지만 관심은 곧 건강한 유연근무제 논쟁으로 승화되리라 봅니다.”
최근 뉴질랜드 최대 신탁회사 퍼페추얼 가디언이 주 4일 근무 도입 뜻을 밝혀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앤드류 바네스(58) 퍼페추얼 가디언 창업자 겸 대표는 지난 7일(현지시간) 6주 간의 급여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 실험을 다음달 시작한다고 밝혔다. 퍼페추얼 가디언은 바네스 대표가 2013년과 2014년 뉴질랜드의 가장 오래된 신탁회사 퍼페추얼 트러스트와 가디언 트러스트를 각각 인수하면서 합쳐진 회사로, 1,000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뉴질랜드에서 전무후무한 시도이다 보니 도입하기도 전에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면서도 “이번 파격 실험 결과를 놓고 논쟁을 이어가다 보면 21세기에 맞는 근로시간제의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OECD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연간 노동 시간은 1,752시간으로 주요 선진국 평균에 가깝다. 하지만 노동시장 참가자 1인당 자본 규모는 OECD 평균의 75% 수준으로 OECD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때마침 생산성 연구 자료를 접한 바네스 대표는 “근무 시간을 줄일수록 동기 부여와 업무 몰입도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갖고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덴마크의 디지털 데이터 분석 기업 IIH노르딕은 2015년 시범 도입한 주 4일 근무제를 지난해 전 직원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스트레스 감소, 업무 만족도 증진 등 생산성 증가 효과를 얻었다.
바네스 대표가 근무 시간 단축 실험을 결심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임직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그는 “싱글맘 직원이 ‘월급을 그대로 받으니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 걱정 없이 어린 아들과 하루를 더 보낼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반응을 보여 울컥했다”고 말했다.
퍼페추얼 가디언의 주 4일 근무 실험은 16개 사무소 200여명 직원 모두에게 적용되며 시범 운영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7월 1일부터 영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근로 단축을 놓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바네스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성공적이라는 판단의 기준은 매출이나 수익 증대가 아닌 직원들의 행복과 생산성 증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6주 간의 실험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 바네스 대표는 과학적인 성과 측정을 위해 오클랜드대, 오클랜드기술대와 협의 중이다.
근로 시간 단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 결정할 계획이다. 그는 “주 4일 근무제 적용에 만족하지 않고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ㆍ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를 충족시키는 최적의 노동시간이 있다면 앞으로 근무 시간을 더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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