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농협은행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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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취임 후 한달반 남짓 동안 직원들을 만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는 “평소에 늘 직원들이 농협은행에서 일하는데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직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2016년 STX조선 등에 대한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으며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 했는데 이제 그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경쟁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이 자산 규모로 4위인데 1위인 KB국민은행과 좀 차이가 나고 2, 3위 은행과는 격차가 크지 않다”며 “고객들에게 농협은행이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농촌을 살리는 은행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고객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라도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12월29일 취임해 최근 지역영업본부 방문을 마무리한 이 행장을 만나 구체적인 경영 구상을 들어봤다. 그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농협은행의 이미지 제고를 통한 고객 기반 확대와 더불어 디지털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진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취임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우대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성과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인가.
▶현재 제도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방법이 성과급을 많이 주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성과를 승진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 매년 인사 때 부행장이 소관 부서에서 승진 대상자를 추천하는데 올해는 아예 여신 잘하는 직원, VIP 고객 상담 잘하는 직원 등 우수 직원을 몇 % 이상 추천하라고 명확한 발탁 인사 비율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상으로 우수직원을 우대할 수도 있다. 매달 본부 부서별로 우수직원을 2명씩 뽑아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관람 등 여러 방식으로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 직접 격려할 생각이다. 전국 영업점 대상으로도 3개월에 한번씩 우수직원 30명을 뽑아 함께 볼링을 치거나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는 등 행사를 하려 한다. 1년에 한 번 성과급을 주는 것보다 일상에서 소소하게라도 자주 시상하고 격려하는 것이 업무를 활성화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모든 은행들이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는데 농협은행의 전략은 뭔가.
▶솔직히 디지털금융에서 확연히 다른 서비스로 크게 앞서가기는 힘들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고객 입장에서 보면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정도다. 농협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디지털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미세한 차이로 아주 조금 더 앞서나가려 한다. 예를들어 농협은행은 가상통화거래소의 가상계좌와 관련해 처음으로 본인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고 공과금 고지서를 스마트폰으로 받아 납부하는 스마트고지서도 가장 먼저 시행하고 있다. 농협 상호금융 대표 시절 모바일뱅크 ‘NH콕뱅크’에 농사와 기후, 농민 커뮤니티 등 농업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넣었는데 농협은행의 모바일뱅크인 ‘올원뱅크’도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도록 사람들이 자주 찾는 정보를 넣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을 강화하면 점포 이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점포를 줄여나가는 노력은 불가피하다. 농협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시중은행들이 매년 5~6%씩 점포를 줄이고 있는데 농협은행은 연간 3% 정도 줄이고 있다. 다만 농협은행은 농민이 주인인 은행이기 때문에 손익 기준으로만 점포를 폐쇄할 수는 없다. 농협은행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에 점포가 많고 지역 정책사업도 많이 한다. 다른 은행이 떠난 곳에서 지역민들이 은행을 원만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농협은행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 때문에 서울 등 대도시에서 오랫동안 생산성이 낮은 점포 위주로 줄여 나가려 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 |
-최근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농협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해외 진출이 늦다. 해외 현지법인은 2016년 말 미얀마에 설립한 소액대출회사 하나뿐이고 미국과 베트남에 지점, 중국과 인도에 사무소가 있는 정도다, 후발주자기 때문에 다른 은행의 해외 사업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에따라 동남아 농업국을 중심으로 농민들의 협동조합인 농협이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농협은 과거 국내 농촌의 고리사채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 물가를 낮추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영농지원 경험도 많다. 이런 노하우를 살려 이미 미얀마에서는 농기계금융 같은 농업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해외 진출 목표가 있나. .
▶캄보디아에서 소액대출회사를 인수한다. 인가만 남겨 놓고 있어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모두 지금은 대출만 가능하지만 5년 후에는 예금도 가능한 회사로 인가를 받을 생각이다. 인도 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농협이라 할 수 있는 공소그룹과 합작을 통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공소그룹이 구상한 은행에 농협은행이 출자하는 방식이다. 다만 중국 사업이 구체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농협은행이 수성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농협은행은 금고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다른 정책사업에도 많이 참여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정책사업을 하다 보면 노하우가 중요할 텐데 그런 측면에서 경험이 많은 농협은행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정부 정책상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운데 순이익 목표를 전년 대비 20~30% 성장으로 잡았다.
▶가계여신을 줄이고 기업여신을 많이 하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공감한다. 가계여신이 늘어나는 게 금융산업 전체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는 중소기업에서 활로를 찾으려 한다. 특히 농협은행이 잘하는 농식품 관련 여신을 강화할 생각이다. 농업 관련 식품산업에 대출뿐만 아니라 정부와 펀드를 조성해 간접투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과 함께 기술금융을 강화하고 지역신용보증재단 출연을 늘려 지역 우량 소상공인을 유치할 것이다.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가 미흡해 과태료를 받았다. 금융당국도 가상통화와 관련해 자금세탁방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금세탁방지 업무가 일상적인 업무에 녹아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1000만원 이상 거래 등 일부에서만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적용한다. 미국에서도 국내에서 하던 대로 하니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았다. 미국 경험을 수험료로 삼아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담=권성희 금융부장 정리=이학렬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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