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보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성바울 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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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이다. 여권에 마카오 도장을 쾅 하고 받았던 때가 말이다. 그새 얼마나 바뀌었을까.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애타게 찾던 사람을 만나기 전의 마음이랄까.
연신 가슴이 두근두근 설?다. 새벽같이 홍콩 셩완 페리터미널에 도착했다. 앞은 날렵하고 옆이 넓어 마치 딱정벌레 모양의 붉은색 페리에 몸을 실었다. 터보제트란 배 이름처럼 정말 물 위를 날았다. 아니, 나는 것 같았다. 부웅~ 촤! 부웅~ 촤! 물보라가 연신 창문을 쳐댔다. 의자 앞에 흰 봉지를 배치해 둔 이유를 알았다. 1시간 정도 지났으려나. 마카오섬이 눈에 들어왔다.
배가 정박하자마자 잽싸게 뭍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늦가을에나 있을 법한 꽤 찬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상쾌함과 쌀쌀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한국만큼이나 마카오도 이상기후를 겪고 있는 듯했다.
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수많은 셔틀버스가 제일 먼저 반겼다. 좀 과장을 보태면 사람보다 버스가 더 많은 느낌이다. 신생 호텔 몇 곳은 내레이터 모델이 정류장까지 인도했다. 마카오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광경이다. 시내까지는 10여 분 거리.
가는 내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호텔의 외관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황금빛으로 건물 전체를 휘감은 곳부터 추상적 디자인으로 마치 잘 만든 조각품을 보는 듯한 호텔까지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다.
시내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렸다. 이때부터 당일치기와 숙박객이 나뉘어진다. 당일치기 여행객의 선택은 대부분 비슷하다. 마카오 여행의 가장 큰 축 중 하나인 성바울 성당과 세나도 광장을 찾아가는 일이다. 지도상으로는 꼬불꼬불해 어려울 듯한 길. 하지만 걱정은 바로 사라진다.
열 명 중 아홉 명의 발길이 그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마카오 여행은 호텔에서 벗어나면서부터라고 한다. 곳곳을 걸어야 진면목을 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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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바울 성당은 성당의 앞모습만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보는 것만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전한다. 무엇보다 계단 아래에서든, 아니면 성당 벽면에 가까운 계단 끝에서든 이채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아무 데나 렌즈를 가져다 대도 인생사진 하나는 건질 수 있다.
성바울 성당에서 좁은 골목을 지나 쭉 내려오는 길도 명물이다. 이곳은 흡사 시계가 느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역대급 육포를 맛볼 수 있는 육포 거리로 불리는 이 골목은 워낙 육포 인심이 후해 육포를 먹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육포뿐만이 아니다.
마카오의 또 다른 명물인 에그 타르트나 과일 주스 등도 유혹의 먹거리 중 하나다. 먹고 또 먹다 보면 자칫 벨트구멍 한 칸은 늘어날 수 있다. 잠시 육포 맛에 빠지며 골목을 내려오다 보면 왜 마카오를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세나도 광장이다. 셀 수 없을 만큼의 물결무늬 타일이 형형색색으로 바닥을 물들이고 있다. 그 주위 건물도 유럽풍 건물로 이어져 있어 공간을 이동한 느낌마저 든다. 이 때문에 워낙 인증샷을 찍는 이들이 많아 그들을 피해 사진을 담기 힘들 정도다.
마카오는 화려한 호텔과 시공간을 초월한 문화가 공존하는 두 얼굴의 도시다. 목적지 투어보다는 흐름에 맞춘 여행이 더 맞는다. 그래서 마카오에서는 구글맵도 종이지도도, 아니 길을 물을 필요가 없다.
그냥 걷다 보면, 또 분위기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마카오와 자신이 하나가 돼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골목이 워낙 촘촘한 탓에 때로는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카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길을 잃는 것'이니 말이다.
▷ 마카오 여행을 100배 즐기는 팁
1. 여권을 꼭 챙겨라= 마카오를 찾는 이들의 상당수는 홍콩을 함께 들른다. 홍콩 2박, 마카오 1박 또는 당일치기 식이다. 그래서일까. 마카오를 서울~제주 오가듯 생각해 여권을 챙기지 않는 이들이 더러 있다. 입국 절차가 까다롭지는 않지만 엄연히 출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홍콩에서 마카오 갈 때는 반드시 여권을 챙기시라.
2. 셔틀버스를 잘 활용하라= 마카오는 한 집 걸러 초호화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호텔이 투숙객을 위한 셔틀을 운행하지만 전 고객을 대상으로 폭을 넓힌 호텔도 일부 있다.
페리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또는 마카오섬에서 타이파섬으로 갈 때 무료 셔틀을 이용하면 비용 절감과 함께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마카오 =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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