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강 최대 53% 관세 예고… 트럼프 결정땐 수출 경쟁력 상실
加-日은 제외하고 한국 타깃 삼아… FTA재협상-세탁기 관세 이어 연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지속해온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이 급기야 ‘경제동맹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일본 등 주요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은 이번 제재 리스트에서 빠져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유독 한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 시간) 한국 등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무역에 대해선 동맹이 아니다”라고 밝힌 지 3일 만이다.
상무부 보고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방안을 제시했다. 철강의 경우 △중국 한국 등 12개 철강 수출 국가 제품에 53%의 관세 적용 △모든 국가 제품에 24%의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對美)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3가지 방안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까지 철강에 대한 구체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결정한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제재가 실제 적용되면 미국 내에서 한국 철강제품은 경쟁력을 거의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한국도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미국 요구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및 태양광 전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충격을 받았다. 4월 철강 수입 제한조치가 실제 발효되면 한국은 미국발(發) ‘통상 3연타’를 맞는 셈이다. 한국이 대북 정책기조를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한국 길들이기’ 차원에서 한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시장이 큰 중국과 멕시코를 주된 통상 압박 타깃으로 공략했지만 최근 한국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협상전공 교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미국이 무역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한국을 압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이 경제 분야에 그치지 않고 정치 외교 분야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