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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횡설수설/길진균]전미총기협회(N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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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이 또다시 총기의 공포에 휩싸였다.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한 고교에서 한 퇴학생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17명이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플로리다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됐던 파클랜드에서 벌어진 참사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총기규제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반대 로비와 미 헌법상의 총기소유권 등에 가로막혀 총기 규제는 늘 흐지부지돼 왔다.

▷남북전쟁 당시 북부군 장교들을 주축으로 1871년 결성된 NRA는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를 포함한 약 500만 명의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개인 총기 소유의 정당성을 대변해 ‘포천’지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익단체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 28명 중 9명이 회원이다. NRA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에 1140만 달러, 힐러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반대에 1970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미국이 총기 규제에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헌법과 건국 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91년 발효된 수정헌법 2조엔 국민의 ‘무장할 권리’가 명문화돼 있다. 지금도 많은 미국인은 총기 소유가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내가 소유한 총’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는 의회나 정부 차원에서 개인의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2008년 연방대법원 판례에서도 재확인됐다.

▷영국 등 약 35개국이 개인의 총기 소유를 허용한다. 그러나 미국만큼 총기 사고가 잦은 나라는 드물다. 2015년 이후 미국에선 한 해 4만 명 이상이 총에 맞아 숨지거나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총격범의 ‘정신이상’을 부각할 뿐, 허술한 총기 규제 시스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가 허용된 것은 자기방어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유도 없이 날아드는 총탄에 맞아 죽어야 하는 아이들과 시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하나.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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