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교 신입생 100명 시대
양천-강남구 등 좋은 학군에 몰려… 지역별 신입생 양극화 가속
저출산세대 본격 진학 땐 더 심각
저출산의 여파가 초·중학교를 넘어 고등학교로 향하고 있다. 2002년 출생한 저출산 세대가 올해 고교에 진학하면서다. 서울의 일반고 204곳의 평균 신입생 수는 지난해 285명에서 올해 245명으로 한 해 만에 40명이 줄었다. 서울지역의 모든 고등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를 겪고 있지만 그 충격은 지역별로 다르다.
신입생이 적은 일반고는 도심이나 외곽에 있는 반면에 학생 수가 많은 고교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양천구 노원구 등에 몰려 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배정 현황을 보면 일반고 1곳당 평균 신입생 수는 양천구가 316명으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서초(314명) 노원(291명) 은평(284명) 강남구(281명) 순이었다. 반면 성동(154명) 중(179명) 용산(180명) 관악(195명) 중랑(197명) 영등포구(198명)는 고교당 신입생이 평균 200명도 되지 않았다.
신입생 양극화는 교육 환경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 줄면 예산 지원이 준다. 교사정원도 함께 줄어든다. 문제는 올해부터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도록 선택과목을 늘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돼 학교마다 개설해야 할 과목이 많다는 점이다. 강북지역의 한 고교 교감은 “우리 학교는 학생이 적어 인근 학교와 연합해 과목을 만들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두 학교를 옮겨 다니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 수가 적으면 개별 지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니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학생 수가 적으면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가 어려워 대입에서 불리한 데다 큰 학교일수록 교육 환경이 더 낫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예비 고1 자녀를 둔 강모 씨(45)는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은 고교 지망 단계부터 학생 수를 따진다”고 했다.
교육계에선 올 8월 대입종합개편안이 나오면 미니 학교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에만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입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과 비교과 비중이 줄면 내신 비중이 커져 미니 학교 기피 현상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세대가 고교 1, 2, 3학년이 되는 3년 뒤엔 엄청난 혼란이 뒤따를 것”이라며 “대입 제도뿐 아니라 교원, 사범대 정원, 학급당 인원수까지 교육 시스템 전반을 손질해 ‘저출산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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