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선 대출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의 실적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주요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어 은행 돈벌이가 녹록지 않을 거란 예상이었지요.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겁니다. 4개 은행의 1년간 순이익이 총 7조5000억원에 달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남몰래 웃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익을 많이 냈는데, 왜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서 웃는다는 걸까요.
은행들의 작년 돈벌이가 '얌체식 이자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금리 상승기가 되자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시켜 이익을 늘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기법을 또 꺼내 들었던 거죠.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 대출 담당 임원들을 불러모아 "합리적 이유 없이 금리를 올리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할 정도였습니다. 한 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연체 고객이 VIP 고객"이라고 하더군요. 연체 고객에게는 6~9%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최근 은행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어느 때보다 따갑습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논란과 각종 '채용 비리'의혹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죠.
은행들이 '이자 놀이'에만 매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은행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관치(官治)'를 국민이 가장 먼저 원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