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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근무복엔 태극기… "해외 기업과 싸우는 우리도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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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태극 마크 보이죠? 여기엔 세계 유산균 '톱5' 기업에 들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쎌바이오텍 서울영업소에서 만난 정명준 사장은 입고 있던 점퍼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른팔에는 태극 문양과 영문 'KOREA'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국가대표"라고 했다. 해외 수출이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태극기 근무복'을 입고 있다. 여름에는 가슴에 태극 마크를 붙인 조끼를 셔츠 위에 입는다. "올림픽에서 싸우는 선수들만 국가대표가 아니죠. 우리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해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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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준(맨 앞쪽) 쎌바이오텍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자사의 주력 제품인 듀오락을 한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정 사장은 매일 태극 문양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근무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쎌바이오텍은 국내 1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사람 몸에 이로운 세균이라는 뜻) 기업이다. 장(腸) 내 유익균의 증식을 돕고 유해균 활동을 억제하는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한다. 알약이나 분말 형태 제품들은 장 기능 개선뿐 아니라 숙취 해소, 아토피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문 판매를 통해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쎌바이오텍은 최근 해외 수출을 40국으로 넓히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612억원, 영업이익 227억원을 올렸고, 매출의 절반가량이 수출이다. 주력 유산균 제품인 '듀오락'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덴마크의 크리스티안한센 같은 글로벌 기업과 매출 격차는 크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발품과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 개척

정명준 사장은 1995년 김포의 논밭 위에 회사를 차렸다. 창업 때부터 석·박사급 인력 10여 명을 채용한 연구개발 중심 벤처였다. 하지만 당시는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기였다. 정 사장은 "사업 자금을 구하러 은행에 가면 '유산균 사업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김치 공장을 지어라. 그러면 돈 빌려주겠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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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석사) 출신인 정 사장은 덴마크왕립공대 유학 시절 경험을 살려 창업 3년 만에 세계 최초로 유산균을 이중으로 코팅하는 '듀얼 코팅' 기술을 내놓았다. 유산균을 둘러싼 보호막의 종류와 두께를 달리해 유산균이 위장을 지나 소장까지 갈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듀얼 코팅으로 기존보다 유산균의 장 내 생존력을 100배 높였다"며 "유럽 기업과 비교해도 코팅 기술은 오히려 앞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기술 개발을 위해 직접 발품을 팔며 시장 조사를 해왔다. 창업 초기 한국인 장에 최적화된 유산균을 찾기 위해 1년 넘게 전국 산후조리원을 다니며 아기 분변을 모았다. 배 타고 섬에도 갔다. 섬 지역 주민은 상대적으로 유제품을 접할 기회가 적어 다른 균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유산균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출한 유산균으로 쎌바이오텍은 해외 생물자원 공인기관에 18종의 독자 균주(菌株)를 등록했다. 정 사장은 "지금도 1년에 3개월 이상 해외에 나간다"며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동남아시아에서 의사·약사, 제약사 관계자를 상대로 직접 강연을 하고, 유럽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암제로 '제2의 도약' 노린다

쎌바이오텍은 그동안 쌓아온 유산균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산균을 활용한 여드름 치료 화장품과 대장암 치료제 개발로 제약·바이오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쎌바이오텍은 최근 듀얼 코팅에서 한발 더 나아간 '멀티(3중) 코팅'을 개발해 항암 물질을 유산균에 실어 대장까지 보내는 치료제 연구에 적용하고 있다. 치료제가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쎌바이오텍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거쳐 내년부터 항암제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상시험에 사용할 의약품 생산을 위해 올해 안에 김포 본사 옆에 공장도 세울 예정이다. 정 사장은 "최근 5년간 프로바이오틱스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항암제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며 "향후 10년 안에 건강기능식품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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