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도 북부의 델리 구르가온에 있는 LG전자 매장. 600㎡ 규모의 전시장에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 TV 등 LG전자 제품 80여 개가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꽃무늬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도 보였다. 매장 한쪽에는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이 전시돼 있었다. 인도에서만 나오는 제품이다. 한 인도인은 전자레인지의 이모저모에 대해 질문하며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이곳에서 7년째 일한다는 현지 직원 모심 칸(33)씨는 "하루에 20여 명이 매장을 찾아 LG의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다"며 "현지 제품보다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 평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포스트(post) 중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는 1인당 GDP가 지난해 기준 1850달러(약 199만원)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13억명에 달하고, 매년 7%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도 공략 강화하는 한국 기업들
인도 공략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한국 기업은 LG전자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이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 노이다 지역에 법인을 세웠고, 현지 공장과 연구소를 각각 2개씩 운영하고 있다. 냉장고·에어컨 등 백색 가전의 시장 점유율은 1위다. 2016년 인도 내 매출은 약 20억달러로, 20년 만에 60배 성장했다. 1997년부터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TV를 생산한 삼성전자는 현지에 2개 공장을 운영하며 TV와 휴대전화 사업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TV는 현지 점유율 1위다. 휴대전화는 줄곧 시장 1위를 차지하다 최근 중국 샤오미와 선두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7일 인도 뉴델리 북서쪽에 있는‘유나이티 현대’매장에서 인도 현지인이 딜러의 안내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승용차 52만7320대를 판매해 현지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
지난 6일 인도 델리 구르가온의 대형 쇼핑몰에서 인도인들이 LG전자의 OLED TV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는 냉장고·에어컨 등 백색 가전 시장에서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 |
1997년 현지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작년에 52만7320대(승용차 기준)를 팔아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1984년 인도 시장 진출 이후 냉연 공장에 투자하는 등 철강·곡물·기계·인프라 사업을 추진해 작년 인도 매출이 역대 최대인 17억달러를 기록했다. 롯데제과는 2004년 인도에 첫 진출해 첸나이와 델리에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 현재 9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초코파이 시장을 제패했다.
인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을 가속화하는 업체도 많다. 롯데그룹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30억~50억달러(약 3조2500억~5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세웠다. 롯데제과가 지난 1월 인도 아이스크림 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한 것은 그 일환이다. 기아차는 이달 초 인도 자동차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고, 쌍용자동차는 최대 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를 통해 인도에 대형 SUV 'G4렉스턴'을 수출한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 2위 인구 대국, "성장 가능성 무한"
우리 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인도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기준 13억2600만명의 인구로, 중국(13억7900만)에 이어 세계 2위이다. 1인당 GDP가 낮지만 2014년 모디 총리가 취임한 후 '15개년 국가 비전과 7개년 시행 계획'을 추진하며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7.6%에 달한다. 압히크 싱하이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슈머부문 아시아 대표는 "앞으로 3~5년이 인도 소비재 시장의 골든 타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한국 기업들은 인도를 '제2의 중국'으로 보고 진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인도 직접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에 대한 직접 투자 건수는 2014년 160건에서 지난해(1~9월 기준) 214건으로 늘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인도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 제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임성식 코트라 뉴델리무역관 과장은 "현재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500여개로, 모디 정부가 외국인 투자의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환기 인도, 틈새를 공략하라"
인도는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따라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6%에서 2022년까지 25%로 끌어올리고, 일자리 1억개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관세 장벽 등으로 인해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생활 소비재나 화장품 등 뷰티 산업,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확장될 것으로 코트라는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와 찾아가는 애프터서비스(AS)를 무기로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다른 나라에 없는 다양한 현지 특화 기능을 상품에 도입하고, 내륙 깊숙한 곳까지 찾아가 AS를 해주면서 성공을 거뒀다. 정전이 돼도 10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LG전자), 애벌빨래가 가능한 '액티브 워시 세탁기'(삼성전자), 현지 전략형 모델 소형차인 '상트로'(현대차)가 대표적이다. 상트로는 차의 높이가 다른 차보다 높아 터번을 쓴 인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어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됐다.
박한수 코트라 서남아지역 본부장은 "과거 인도는 여러 규제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지만, 현재 전환기에 놓여 있다"며 "관세 변화 등 정부의 움직임과 방향성을 보고 진출한다면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뉴델리(인도)=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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