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담배 제품에 다양한 종류의 경고그림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 12월에는 새로운 경고그림이 찾아온다. 금연 효과 극대화를 위해 2년 간격으로 그림을 바꾸기 때문이다. 민ㆍ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고그림 제정위원회’에선 현재의 10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반적인 표현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나치게 혐오스러워선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감안하면서도 신규 흡연자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행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 규정. [자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경고그림은 폐암ㆍ뇌졸중 등 질병과 관련된 5종, 성 기능 장애ㆍ간접흡연 등 비질병 주제 5종으로 각각 나눠진다. 그림마다 표현하는 상황, 주요 대상층이 다르다 보니 시각적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보기만 해도 흡연 욕구가 사라지는 그림이 있는 반면 ‘이것쯤이야’라는 생각부터 드는 그림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경고그림이 올 연말 살아남고, 사라질까.
보기 힘든 그림이 효과도 커
담뱃갑 경고그림 효과에 대한 평가 결과. [자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담뱃갑은 경고그림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연 효과를 가졌다. 비흡연자가 흡연을 시작하는 걸 막는 효과는 경고 문구만 있는 기존 담뱃갑이 5점 만점에 2.9점에 그쳤다. 반면 경고그림을 부착했을 때는 4.03점(1차 조사)으로 대폭 뛰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비흡연 성인의 81.6%, 비흡연 청소년의 77.5%가 ”앞으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개별 그림에 따른 효과는 엇갈렸다. 대체로 흡연에 따른 질병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낸 그림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아동과 임신부 등 대상별로 흡연의 폐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비질병 주제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게 나왔다. 그림의 혐오도가 강할수록 ‘각인 효과’가 나타나서 금연의 폐해를 더 생생하게 느끼는 셈이다.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고그림들. [자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고그림들. [자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림 면적 늘려야" 의견 다수
담뱃갑 경고그림 적절한 면적에 대한 조사 결과. [자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국내 담배 제품의 경고그림 표기 면적은 50% 이상이다. 그마저도 경고문구(20%)를 뺀 순수한 그림 면적은 30%에 그친다. 이에 대해 성인 10명 주 3명(29.9%), 청소년 10명 중 4명(38.3%)이 면적이 좁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지금보다 경고그림의 효과를 높이려면 면적을 더 키워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담뱃갑 면적의 80%가 적당하다는 의견은 성인(27.6%), 청소년(29.2%) 모두 가장 많았다. 담뱃갑 전체에 경고그림과 문구를 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성인ㆍ청소년에서 각각 17%, 17.3%씩 나왔다. 반면 현행 기준이 적당하다는 비율은 성인 24.6%, 청소년 17.1%에 그쳤다.
다만 올해 안으로 경고그림 면적이 커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회에서 건강증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정부도 경고그림 면적을 당장 키우기보단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그림 종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법상 담뱃갑 면적의 절반을 경고그림과 문구로 채울 수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외국과 비교해보니
네팔에서 진열된 담배 제품들. 담뱃갑의 90%를 채운 커다란 경고그림이 두드러진다. [사진 트위터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6년 공개된 캐나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네팔ㆍ바누아투는 담뱃갑 앞뒷면의 90%를 경고그림으로 채워야 한다. 담배 제품을 광고할 공간이 사실상 전혀 없는 셈이다. 호주(82.5%), 캐나다(75%), 유럽연합(65%) 등 선진국들도 우리보다 경고그림 면적이 더 넓은 편이다. 50%인 한국은 공동 57위에 그쳤다. 담뱃갑 경고그림을 쓰는 105개국(지난해 5월 기준) 중 한국보다 면적이 작은 곳은 17개국에 불과하다.
외국도 그림 면적이 커질수록 흡연의 위험성을 더 잘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캐나다에서 성인ㆍ청소년에게 설문한 결과 면적 커질수록 흡연 인식 개선과 흡연 예방, 흡연자 금연 유도 효과 등이 모두 높아졌다. 또한 2010년 그림을 50%에서 80%까지 키운 우루과이는 확대 후 그림의 가독성, 금연 유도 효과 등이 높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그림의 수위도 마찬가지다. 재떨이에 놓인 채 숨진 태아(브라질), 썩어들어간 발(영국)처럼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훨씬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폐해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폐암과 후두암 같은 암의 환부도 그대로 노출하는 편이다. 경제적 부담(자메이카 등), 치아 변색(호주 등), 실명(캐나다 등) 같이 한국에서 아직 채택하지 않은 주제도 다양하다. 그러면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많이 쓰는 경고그림 주제는 뭘까. 국내 연구에 따르면 임신ㆍ태아가 54개국 83개로 최다였다. 그 뒤로 (조기)사망과 폐암, 성 기능장애 등이 뒤를 이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