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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인면조와 ‘한국적’인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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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평창올림픽 개회식의 스타가 된 인면조. 미국 ABC뉴스는 “이상하고 무섭다는 평과 재미있고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는 평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 의외의 주목을 받아 네티즌이 각종 패러디를 내놓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인면조에 대한 반응은 내 지인들 사이에서도 극과 극이다. “이런 행사에는 독특한 한 방이 필요한데 인면조가 해냈다” “중독성 있다”부터, “우리 문화라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기괴하다”까지.

그런데 나는 인면조가 고구려 고분 벽화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것을 미처 알기 전부터 그 기이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원래 신화전설과 판타지영화 팬이라 그런 것 같다. 특히 『삼국유사』의 신비한 이야기들과 고대 중국의 괴수 백과사전 『산해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면조의 “낯설고 기괴한” 이미지에 거부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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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rs perform during the opening ceremony of the 2018 Winter Olympics in Pyeongchang, South Korea, Friday, Feb. 9, 2018. (AP Photo/Christophe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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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강력한 유교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입에 담는 것을 금기시해왔기에, 우리 문화에서 환상적이고 기괴한 것들은 점차 사라졌다. 심지어 우리는 이런 것들이 ‘한국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구려 고분 벽화와 백제 금동대향로에 인면조와 각종 반인반수가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우리 문화에 분명 존재했었다. 이들을 더 많이 발굴해서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범위가 편협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이미 많이 나온 ‘한국적’ 모티프를 남발하는 게 더 문제다. 달항아리 성화대가 그런 면에서 아쉬웠다. “백의민족, 눈의 축제와 잘 어울린다”라는 호평도 물론 있다. 그러나 달항아리는 미학적으로 온유한 달과 물과 연결되곤 하는데, 그리고 화로·향로 같은 전통 불그릇도 있는데, 굳이 달항아리에서 불이 솟아오르게 해야 했을까. 게다가 미술사학자 최순우가 찬양한 달항아리의 둥그런 “원(圓)의 어진 맛”이 다섯 개의 기둥에 어색하게 연결돼 훼손되어버렸다. ‘가장 한국적’이라는 통념 때문에 달항아리를 성화대에 무리하게 적용한 게 아닌가 싶다.

한국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은 우리의 통념보다 훨씬 넓다. 기존의 ‘한국적’인 것에 얽매이기보다 몰랐던 것을 자꾸 찾아내야 한다. 기괴한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기괴’는 정형의 균열이며, 그 틈새에서 상상력과 새로운 가능성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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