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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취재일기] 컬링 대표 선수들이 휴대전화를 반납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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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네티즌의 ‘악성 댓글’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캐나다 선수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 선수를 조준했다. 지난 17일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3위를 기록해 동메달을 딴 서이라 선수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욕설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됐다.

이날 경기 막판 서이라는 헝가리 선수와 엉켜 넘어졌다. 서이라는 가까스로 다시 일어나 달린 끝에 3위로 골인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서이라가 길을 막은 탓에 동료인 임효준이 인코스 추월을 시도할 수 없었다며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반응이다. 서이라는 “결승 라인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의 도리라고 생각해 끝까지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다시 일어나 끝내 달려 이뤄낸 결과”라고 칭찬했다.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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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기간 ‘악성 댓글’ 폭격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최민정이 실격을 당한 뒤 캐나다의 킴 부탱이 동메달을 차지하자, 네티즌들은 부탱의 소셜미디어에 몰려가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부탱은 소셜미디어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캐나다 경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은 선수 보호를 위해 조사에 나섰다. 킴 부탱은 (최민정이 금메달을 딴) 여자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한국인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선전을 펼치고 있는 컬링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에 들어가기 앞서 스스로 휴대전화를 걷은 뒤 감독에게 맡겼다. 네티즌의 ‘악플’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짜낸 고육책이다.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댓글도 있지만 도를 넘는 ‘악플’ 도 많다. 선수들이 이런 악플을 보면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믹스더블 대표팀 이기정 선수는 “다른 선수들의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면 50개 가운데 40개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악플이다. 감정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왜곡된 팬심과 굴절된 분노에서 나온 악성 댓글은 여론의 양극화와 사회적인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일부 ‘키보드 전사’의 감정적인 악플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댓글 실명제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서 네티즌 스스로 무심코 단 감정적인 악플이 칼보다 날카롭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앙일보

여성국 사회2부 기자


여성국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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