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 문제 해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 고용 개선해야
혁신형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맞춤 고용계약·인력파견 허용을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
일자리 정책의 중점 대상인 청년 세대의 실망감이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대통령이 급기야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각 부처 최고 책임자들의 안이함에 대한 공개적 질타가 있었고,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 마련이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청년 실업 해소에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의 청년 실업 문제는 전체 고용의 대부분(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 고용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전체 기업의 수익성을 단기간에 높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자리가 남아도 성장 가능성이 없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청년은 없다.
위험을 기피하는 대기업은 속성상 대규모 신규 투자 가능성이 작고, 고용 창출력도 높지 않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혁신에 성공한 우량 중소기업과 성숙 단계의 중견기업에 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을 ‘혁신기업인증제’를 통해 일자리 지원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선별하고, 인력과 행정·재정상의 정책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혁신기업의 발굴은 객관적 지표와 더불어 자율적 민간 협회나 지자체의 정성적 평가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기업이나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 모두 배제된 혁신인증기업에 대해서는 획일적 근로 조건 결정 체계에 다소의 신축성을 허용해 줌으로써 일자리의 탄력적 창출을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용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 특성에 따라 근로 제공 방법과 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맞춤형 근로계약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시론 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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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중소·중견기업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전략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고부가가치 실현이다. 이들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R&D)만이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에 대해서도 설비 투자에 준하는 조세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있다. 바로 고급 전문인력의 활용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고급 인력들이 중소·중견기업에 입사하여 R&D와 글로벌 마케팅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임금 수준과 근로조건을 파격적으로 개선해주는 것은 물론 낙인효과의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목적에서 고급 전문 인력에게 공기업 수준의 대우를 제공하는 대신,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가칭 ‘혁신인력파견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가 ‘혁신산업인력공단(가칭)’을 설립하고 고급 청년 인력을 직원으로 채용한 후, 혁신형 중소·중견기업에서 파견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고급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스매치 교정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있다.
공단이 고급 인력에 파견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의 부족분만을 성과급 형태로 지불하기로 한다면 1인당 추가 인건비는 대략 연 2000만원 선 이하이다. 공단의 인력 규모를 1만5000명으로 유지하는 경우 한해 소요 예산은 3000억원이다. 이는 현재 청년 일자리 예산의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단의 이러한 비용은 추후 기업의 가치가 충분히 오르는 시점에 미래성과공유제의 형태로 회수할 수도 있기에 순비용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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