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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노트북을 열며] 잔치가 끝난 뒤에도 웃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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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 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IOC 집행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 시간에 한 기자가 “평창올림픽 시설 중 세 곳은 여전히 사후 활용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 곳은 강릉스피드경기장과 정선알파인센터, 강릉하키센터다. 강릉스피드경기장은 올림픽 후 냉동창고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나왔던 그곳이다. 바흐 위원장은 “정부의 개입을 포함해 레거시(유산) 대책을 완결하라고 말씀드렸다”며 “대책을 개회식(9일) 전에 발표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정부(강원도)도, 중앙정부도 묵묵부답했고, 개회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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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IOC 집행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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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포츠 기자들은 되도록 낙관적으로 전망하려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8위 한국 축구가 당장 내일 1위 독일과 맞붙어도, 기사에 ‘해보나 마나 지는 경기’라고 쓰지 않는다.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을 노리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예상할 때도, 0.1%의 가능성만 있으면 ‘딸 수도 있다’고 쓰지, ‘현실적으로 따기 어렵다’고 쓰지 않는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 문제는 낙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대회 후 애물단지가 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시설의 전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7일 난데없는 얘기가 나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21년 제9회 겨울아시안게임의 남북 공동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2025년 겨울세계군인체육대회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최하는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의 남북 공동 유치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단서도 붙였다. 그럴 경우 용도 변경을 전제로 한 강릉아이스아레나와 강릉컬링센터의 사후 활용 계획은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대회 유치는 6·13 지방선거에서 뽑힐 후임자가 결정할 일이다. 최 지사가 3선에 성공한다면 몰라도 너무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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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이스아레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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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컬링센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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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하키센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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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피드경기장.[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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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강릉올림픽파크. 왼쪽부터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스피드경기장, 강릉하키센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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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올림픽파크에는 강릉스피드경기장과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하키센터, 강릉컬링센터가 모여 있다. 인구 22만 명의 강릉에 국제 규격 빙상장이 네 개다. 그나마 강릉아이스아레나와 강릉컬링센터는 시민체육시설로 바꾼다고 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순항 중이다. 본격적으로 스포츠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개 멋진 잔칫상 앞에서 모두가 즐거워하는 때에, 스포츠 기자답지 않게 낙관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건 한 가지 이유에서다. 잔치가 끝난 뒤에도 웃으려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해야 한다.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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