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료·프로그램 차별화가 살길
뮤지컬·전시회 24시간 즐길거리
명절 후 힐링, 반려견 간식 제공도
한류 콘서트 겨냥한 팬 전용룸 등
의료·문화 ‘이벤트 투어’ 늘려야
제주신라호텔 ‘올데이키즈’ 프로그램. 레저 전문교사가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 준다. [사진 제주신라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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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호텔은 수는 많지만 대부분의 호텔이 간판과 건물 모습만 다를 뿐 서비스나 운영 방식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숙박용이 아닌 호텔 자체가 여행의 또 다른 목적지가 될 수 있도록 고유의 매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국내 수요부터 파고들 필요가 있다. 관광 정책이나 경제·정치 상황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외국인 고객에 비해 내국인은 안정적 수요층이다. 오익근 계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프로그램과 가격 종류를 다양하게 해서 호텔 이용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명절 후 힐링 프로그램이나 친구들끼리 밤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등 숨어 있는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마케팅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1인 가구와 욜로(YOLO)족 등 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늘어난 집단을 새로운 고객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랜드 힐튼 서울에선 ‘1인 북맥 패키지’를 구성해 객실과 조식 서비스 외에 책과 맥주, 스파를 함께 제공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투숙할 수 있고 사료와 간식까지 챙겨 주는 호텔도 늘고 있다.
객실 외의 요소도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은 올해 커플 고객을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기로 했다. 7곳의 레스토랑과 바를 비롯해 스파와 고급 이발관을 내세운다. 호텔 밖을 나가지 않고도 24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는 의도다. 서귀포 켄싱턴제주호텔은 올해 신규 사업으로 지하 1층 객실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조각 등 소규모 전시와 영화 상영을 하기로 했다. 서울신라호텔은 뮤지컬을 보며 와인을 무제한 시음할 수 있는 패키지를 명절 고유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은 외국인 고객 유치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객실 외 다른 요소를 활용하면 한국 관광을 많이 온 뒤에야 호텔에도 외국인 손님이 늘 것이라는 수동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주목받는 무슬림 관광객 등 새로운 문화권 공략도 중요하지만 한류나 의료 등과 연계해 문화권을 넘어서는 콘텐트 확보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소리다.
강경호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호텔은 일정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정박’ 공간인 만큼 호텔이 중심이 돼 각종 이벤트 개최 역할을 하는 ‘이벤트 투어리즘’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빅뱅이 콘서트를 하면 호텔이 티켓 판권을 확보해 숙소 할인 등 관련 마케팅을 하고 호텔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을 내놓거나 팬 전용 숙소를 꾸미는 식이다.
홍현태 강원관광대 호텔관광과 교수도 “호텔마다 부대사업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사업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라스베이거스는 호텔 안에서 권투 등 스포츠 이벤트를 한다.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특색 있는 부대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로열티(충성도)를 높이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김영현 호남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화려함 등 보이는 요소 외에 경험을 제공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입소문과 재방문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로비에 게스트하우스 콘셉트를 적용해 투숙객이 함께 음식을 해 먹는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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