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만 태우는 얌체 택시 기승
가짜로 예약 표시하거나 빈차 대기
택시앱 정보 보며 승객 골라태워
서울역서 돈암동 호출은 모두 실패
목적지 분당 설정하니 ‘바로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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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뒷골목에 ‘빈차’ 표시등을 끈 택시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는 모습. 택시가 장시간 ‘빈차’ 표시를 끈 채 대기하고 있으면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김민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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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발달로 ‘택시앱’이 보편화하면서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얌체 택시가 오히려 느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목적지가 단거리이거나 손님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 가는 승객들은 갈수록 택시 타시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내 골목 곳곳은 승객이 많아지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이런 얌체 택시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근 평창에서 올림픽 관람을 마치고 서울로 온 김영근(20·마포구 상암동)씨는 “막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는데 택시가 오지 않아 45분 동안 택시를 기다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앙일보가 지난 14일 오후 12시 무렵 서울 강남역과 서울역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잡아보니 얌체 택시가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목적지에 성북구 돈암동이나 중구 만리동 등을 치니 모두 ‘실패했다’는 메시지만 떴다.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니 ‘바로 탑승’이라는 문구와 함께 택시가 잡혔다. 택시기사 고모씨는 “강남역에서 돈암동 가는 게 분당 서현역까지 가는 것보다 요금이 많이 나오지만 나올 때 거의 빈차로 와야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기사들이 꺼려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택시앱이 얌체 택시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사 김모씨는 “예전엔 돌아다니면서 장거리 손님을 골랐지만 힘들고 단속될 위험도 컸다”며 “앱 덕분에 조용히 숨어서 기다릴 수 있어 몰래 서 있는 택시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사는 “승객정보가 바로바로 뜨니 누군들 장거리를 가고 싶지 않겠느냐”며 “단거리를 빨리 가고 싶으면 목적지 옆에 ‘따블’이라고 치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택시앱 회사들과 승객의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택시앱 회사들이 “골라 태우기 문제는 목적지 입력보다 택시 공급과 승객 수요가 맞지 않아서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한 민간 기업은 지난해 12월 주변 빈차를 고르는 기능이 추가된 앱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000~2000원의 ‘콜비’를 내면 목적지를 알리지 않고 주변에 검색된 빈 택시를 잡을 수 있지만 다른 앱에 밀려 전체 다운로드 건수가 많지 않다. 심주하 택시노조서울지역본부 조직국장은 “목적지 입력 기능은 수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없애지 못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경쟁 구도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잠자는 택시’를 승차거부의 전 단계로 보고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비상 스위치로 ‘빈차’ 표시등을 고의로 끄는 기능도 차단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종로·강남대로 등 20개 지역에서 단속한 결과 얌체 택시가 가장 많이 적발된 곳은 종로대로(21건)와 이태원(11건)이었다. 택시가 예약을 받지 않고도 ‘예약’ 표시를 켜거나 장시간 ‘빈차’ 표시를 끈 채 대기하고 있으면 10만원 이상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야간에는 일이 힘들어서 택시가 나오지 않으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은 현상이 발생한다”며 “심야에만 택시비를 올리거나 차량공유서비스를 제한적으로 푸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이태윤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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