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목·폐 등 호흡 통로 청소
손상된 기관지·폐포 재생 도와
오장육부 자생력 회복 유도"
콧물·기침·가래는 폐가 약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루 종일 콜록거리고 누런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목에는 가래가 끓어 가슴이 답답하다. 코·기관지·폐로 이어지는 호흡기가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다. 한의학에서는 폐의 면역력을 키우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처방으로 완치가 까다로운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치료한다. 기침·가래·코막힘 같은 증상이 완화돼 삶의 질이 개선된다. 증상을 중심으로 치료하는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의 치료법이다.
김남선 원장이 폐·심장 기능 회복을 돕는 복합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 신이화·금은화 등 약성이 뛰어난 한약재로 치료 효과를 높였다. 프리랜서 조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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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운전하는 이학영(66·가명·서울시 관악구)씨는 기침·가래가 심해져 요새 쉬는 날이 늘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쌕쌕 몰아서 쉴 정도로 가쁘다. 쉬어도 몸이 피곤해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졌다. 뒤늦게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나아지다 다시 나빠지길 반복할 뿐이다. 이씨는 현재 폐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한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돼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체질별 맞춤형 치료법 개발
한방에서는 폐가 병들면 생명 에너지인 기(氣)가 부족해진다고 본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폐는 기를 생산·저장하는 창고”라며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면 기를 충분히 채우지 못해 활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폐에 염증이 쌓이고 기관지가 좁아져 어느 순간 숨 쉬는 게 어려워진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듯 답답해진다. COPD·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커진다.
신체 균형도 깨지기 쉽다. 폐·심장·간·비장·콩팥으로 구성된 오장육부는 음양오행의 질서에 따라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느 한 부분이 과하거나 부족하면 연쇄적으로 탈이 난다. 폐 다음 차례는 바로 옆에 있는 심장이다. 폐에서 만들어진 기 에너지가 심장으로 전달되지 않아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주지 못한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태음인이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한방 치료는 폐 면역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체 회복력을 끌어올려 병을 다스린다. 영동한의원에서는 복합 한약(김씨녹용영동탕+김씨공심단)으로 치료한다. 개인 체질에 맞춘 복합 한약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 스스로 몸을 치료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원장이 40여 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독창적인 한방 호흡기 치료법이다.
김씨녹용영동탕의 바탕은 호흡기 치료에 효과적인 한약 처방인 소청룡탕(小靑龍湯)이다. 여기에 신이화·녹용·녹각교·금은화·길경·유근피·홍화자·속단 등 35가지 한약재를 가감한다. 신이화는 염증을 가라앉혀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준다. 녹용·녹각교는 판토크린 성분이 풍부해 피를 만드는 조혈 작용이 뛰어나다. 새싹을 심듯 폐포가 튼튼하게 재생·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사포닌이 풍부한 길경은 편도가 부어오르거나 잦은 기침으로 아픈 목의 통증을 줄여준다. 금은화는 호흡기 염증을 효과적으로 다스려 면역력 증강을 돕는다. 유근피는 콧물·가래를 삭혀 없애고 폐를 깨끗하게 유지하며 홍화자는 폐의 점액 순환을 도와 폐를 활성화한다.
세계 통합의학계서도 주목
김씨공심단은 심장 기능을 보완한다. 폐의 부담을 덜어줘 폐 면역력 회복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공심단에 심혈관을 강화하는 한약재인 사향·우황·침향·산수유·당귀 등을 첨가해 약효를 높였다. 환약 표면을 얇은 금박으로 감싸 약효가 변질되지 않도록 했다.
복합 한약의 치료 효과는 세 가지다. 첫째는 청폐 작용이다. 코·목·폐 등 호흡기 곳곳에 쌓인 염증을 제거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통로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자연스럽게 콧물·기침·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줄어든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둘째는 미세먼지, 담배 연기 등으로 손상된 기관지와 폐포의 재생을 돕는다. 좁아진 기관지를 확장하고 병든 폐포를 새로운 폐포로 대체한다. 셋째는 오장육부의 균형 회복이다. 약해진 폐·심장 기능을 보완해 신체 자생력 회복을 유도한다. 기의 생산·저장·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제 기능을 되찾는다. 김남선 원장은 “폐와 심장을 각각 치료할 때보다 동시에 치료하면 신체 회복 속도가 빨라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폐·호흡기 한약인 김씨녹용영동탕만 복용하면 치료 기간이 1년가량 소요되지만 복합 한약은 이 기간을 6~7개월로 줄인다.
세계 통합의학계에서도 복합 한약의 증상 개선 효과에 주목한다. 영동한의원에서 COPD를 앓고 있으면서 심장이 약한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7개월 동안 복합 한약을 처방한 뒤 호흡기 증상에 대한 주관적 증상 호전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증상이 완전히 없어진 것을 10점으로 했을 때 ▶기침 8.6점 ▶가래 7.8점 ▶호흡곤란 7.7점 ▶가슴통증 5.0점 ▶무기력감 9.4점으로 좋아졌다.
한편 김남선 원장은 매년 두세 차례 일본·중국·미국·캐나다 등에서 진행되는 학회에 참석해 복합 한약의 임상 효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이달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통합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복합 한약으로 난치성 호흡기 질환을 치료한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김남선 원장이 복합 처방하는 한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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