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안 전 국장은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케케묵은 변명 수법이다. 더욱이 ‘그런 일이 있었다면 미안하다’는 식의 사과가 지금 가당키나 한 태도인가. 최교일 의원은 “성추행 사건 자체를 알지 못했고, 덮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과연 그런지 두고 볼 일이다. 파문이 커지자 법무부와 검찰은 30일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상하 권력관계에서 일어난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검찰 내 성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후배 여성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면직처분됐고, 2015년 서울북부지검에서도 부장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껴안았다가 징계를 받았다. 2014년에는 목포지청 검사가 동료 여검사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으로, 2011년에는 현장 실무교육 중이던 여성 사법연수생을 성추행한 검사들이 대거 징계를 받았다.
검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 문화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검사 신분이 곧 권력이라는 그릇된 인식에다 과거 접대관행에서 비롯된 술자리 문화가 남아 있는 것도 주요인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은 적격심사와 감찰을 강화하겠다거나 무슨 개혁조치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검찰 내부 비판을 계속해온 임은정 검사는 “괴물 잡겠다고 검사가 됐는데, 우리(검찰)가 괴물이더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성폭력 피해자의 연대를 뜻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전 세계로 번져갔다. 강력한 남성 중심 권력구조 탓에 숨죽여왔던 이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잇따라 나선 것은 성폭력 문제는 공론화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 검사는 검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8년간 침묵을 지켜야 했다. 다른 여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서 검사는 “우리 스스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그의 용기에 찬사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용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뿌리 뽑는 데 큰 발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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