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 어워즈는 오프닝 공연을 장식한 켄드릭 라마(31)와 7관왕 브루노 마스(33)의 무대였다. 한동안 '화이트 그래미(White Grammy)'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이 시상식의 인종 장벽도 다양성과 공존이라는 시대의 화두에 허물어지는 모양새였다. 개막 무대는 켄드릭 라마와 U2가 'XXX'로 열었다. 4집 앨범 수록곡인 'XXX'를 부르는 동안 스크린은 성조기로 물들고, 댄서들은 군복을 입은 채로 춤을 췄지만 가사는 미국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했다. 이날 '베스트 랩 퍼포먼스' '베스트 랩·송 퍼포먼스' 등 5개 상을 받은 켄드릭 라마는 "(힙합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유색 인종이 60회 그래미를 휩쓸 것이라는 예측은 진작부터 나왔다. 주요 부문 후보 명단부터 제이지, 켄드릭 라마, 루이스 폰시, 브루노 마스 등 흑인과 히스패닉이 점령했다.
브루노 마스는 특유의 흥겨운 리듬을 내세운 '대츠 왓 아이 라이크' '24K 매직'으로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노래상' 등 그래미 주요 3개 부문을 포함해 7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는 "15세 때 하와이에서 관광객 1000여 명 앞에서 노래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는 이번 앨범으로 그때처럼 사람들을 기쁨에 넘치게 하고 싶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브루노 마스의 아버지는 푸에르토리코인과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의 어머니는 어릴 때 필리핀에서 하와이로 건너온 이민자다.
그러나 여전히 그래미가 보수성을 완전 탈피하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통 힙합을 앞세운 켄드릭 라마와 제이지가 주요 부문을 수상하지 못한 결과 탓이다. 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이번 그래미는 60주년이고 후보군에서도 힙합이 압도적이어서 '올해의 앨범상' 정도는 켄드릭 라마가 가져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특히 다수 아티스트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시상식 도중 공개된 사전 녹화 영상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존 레전드, 셰어 등 인기 가수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책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소리내 읽는 장면을 선보였다. 또한 여성 래퍼 K.플레이와 가수 켈리 클라크슨, 작곡가 다이앤 워런 등은 '타임스 업(Time's up·미국 내 성폭력·성차별 대응 단체)'을 지지하는 의미로 흰 장미를 달고 흰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성폭력 피해 고발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달 초 있었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투(#MeToo·성폭력 피해고발) 캠페인을 지지하기 위해 여배우들이 입고 나온 검은 드레스의 그래미 버전인 셈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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