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핵심’ 임종헌 컴퓨터 조사 제외·비번 걸린 파일 760개 못 열어
“검찰 수사 불가피” 법관대표회의 움직임…대법관들 “압력 없었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컴퓨터와,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760여개 파일은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 또는 대법원의 2차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법개혁 저지 의혹을 계기로 전국 판사 100명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회의 소집을 논의 중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번 사건의 수사를 검찰에 의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추가조사위는 22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 전 차장의 컴퓨터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가 임 전 차장의 컴퓨터를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저지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한 당사자다.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과 더불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에 있는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전체 파일 중 극히 일부만 조사됐다는 것도 문제다.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내용을 못 본 파일만 760여개다. ‘86311_(160315) 국제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검토 [임종헌 수정].hwp’ 파일의 경우 제목을 보면 조사 필요성이 있지만 비밀번호 때문에 열람하지 못했다. 300개는 이미 삭제된 파일이었다.
추가조사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법원 안팎에선 검찰 수사를 통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은 지난해 5월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가조사위가 조사하지 못한 내용이 많고 의혹은 무성한데 덮는다고 덮어지겠느냐”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와 이번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증거인멸죄·공용서류무효죄·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회의 소집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추가조사위의 결과를 평가한 뒤 김 대법원장에게 2차 추가 조사를 요구할 것인지 토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법원 내에서 강제성 있는 조사를 다시 실시하거나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기구 또는 국회에 조사를 맡겨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들은 “(원 전 원장 사건)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박근혜 정부 청와대 영향을 받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심리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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