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사기 미수 혐의로 어머니 ㄱ씨(65)와 딸 ㄴ씨(36)를 불구속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또 ㄴ씨의 남자 친구 ㄷ씨(36)도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ㄱ씨는 2007년 4월 딸인 ㄴ씨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자 요양병원에서 의사를 속여 ‘상세불명의 사지마비’ 진단을 받아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 원을 타 낸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 모녀는 10년 동안 경기 고양과 인천 등 14개 요양병원을 옮겨 다니며 보험사 2곳으로부터 21억 원의 보험금 청구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보험설계사인 어머니 ㄱ씨는 딸 명의로 사고 나기 전 5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ㄱ씨는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많은 보험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딸에게 시켰다.
ㄱ씨는 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받을 때 보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등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해 의사와 간호사를 속였다.
그러나 모녀 보험사기단의 사기 행각은 같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와 간호사에 의해 들통났다. 지난해 5월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환자는 이들 모녀와 사소한 말다툼을 한 뒤 한밤중에 딸인 ㄴ씨가 멀쩡히 걸어서 화장실을 가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병원에서도 이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작성하자 ㄴ씨는 남자친구인 ㄷ씨에게 진료기록부 등에 기재된 보행사실 등을 삭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ㄴ씨와 ㄷ씨는 부산까지 여행을 다니고 등산도 갔다. 또 엘리베이터에서 양 손에 물건을 들고 출입문 열림 스위치를 발로 누르고, 공원에서 그네까지 탔다. 외출할 때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을 살피는 등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ㄴ씨에게 사지마비 진단을 내린 의사도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을 보고 “사지마비 환자가 할 수 있는 행동 아니다. 자신 역시 속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ㄴ씨는 지인의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지인의 차량은 무제한 보험에 들어 있었다”며 “모녀는 법원에 계류중인 보험금 21억 원을 타 내기 위해서는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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