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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3개국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이스라엘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2019년 말까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약속하면서, 팔레스타인을 향해서는 빨리 협상장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펜스는 이날 연설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준비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내년 말 전까지 미국 대사관이 예루살렘에 문을 열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올해 안으로 대사관 이전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공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반박하며 혼선을 빚은 바 있다.
펜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과 함께 하겠다”면서 “올바른 것이 나쁜 것을, 선이 악을, 자유가 폭정을 이긴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유명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구약성경 내용을 다수 인용했다. “유대 민족은 3000년이 넘도록 이 성스러운 도시(예루살렘)와 끊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면서 “아브라함이 이곳 모리아산에서 자신의 아들을 신으로 바치려 했다. 다윗왕은 이곳을 이스라엘 수도로 봉헌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국가로 다시 살아난 이스라엘은 이곳을 정부가 들어설 자리로 정했다”면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펜스의 연설은 중동 평화를 위해 새로운 외교 계획을 제시하는 정치 지도자의 연설이라기 보다는 성지를 찾은 복음주의 성직자의 설교 같았다”고 비판했다. 성경 구절에서 따온 내용이 연설에 다수 포함됐고, 세상을 선악으로 나누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세계관이 연설을 덮었다는 것이다. 하레츠는 “펜스는 세상을 선과 악, 친구와 원수,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었다”면서 “유대민족과 미국이 선한 편에 섰고, 악한 편에는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세력, 이란 정권, 이란 핵합의 그리고 협상을 거부하는 팔레스타인 정권이 줄지어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중동 평화를 강조하면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이란 그리고 팔레스타인을 비판했다.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세력”이 국경을 넘나들며 삶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테러세력을 지구상에서 몰아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시민을 억압하는 잔인한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고, “미국은 이란이 핵 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핵 합의를 끝내버릴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의 위협을 다시 꺼내 들었다.
펜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 당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데 감사한다”면서 팔레스타인을 향해서는 “속히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 급경색된 지금 상황을 팔레스타인 책임으로 돌린 셈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펜스의 연설이 여야 모두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고 전했다. 펜스가 “신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축복할 것”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하자 집권 리쿠드당 한 의원은 “신이 당신을 축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극우정당 ‘유대인의집’ 대표 나프탈리 베넷은 “오늴 연설을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역사책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펜스는 이날 연설에서 “예루살렘의 최종적인 지위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달 예루살렘 수도 선언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 당시 트럼프는 예루살렘 경계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예루살렘을 동·서로 분할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2국가해법’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미국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레츠는 “천상의 예언과 기독교 상징주의를 오간 이날 연설에서 이 대목이 가장 지상과 가까운 부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2국가해법을 지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의원들의 박수 소리도 훨씬 더 작아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펜스의 중동 방문은 당초 지난달 19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2차례 연기됐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따른 아랍권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날도 아랍계 의원들이 펜스가 연설을 시작하려 하자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겸 평화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이날 트위터에 “펜스의 메시아적(messianic) 설교는 극단주의자들을 위한 선물”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제법과 결의안을 어기면 미국이 보상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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