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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북 사전점검단 방남 취소 해프닝, 흔들린 건 남한 내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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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사전점검단의 방남을 중지한다고 했다가 다시 방문키로 한 하루 동안 남한 내부는 논란으로 들끓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어깃장 놀음에 말려들었다”고 비판하다가 다음날 방문 계획을 통보하자 “정부가 또 무슨 양보를 했는지 국민에게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일방 통보를 한 북한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정부의 미덥지 못한 대응도 논란을 키웠다. 북한이 벌인 해프닝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물론 북한이 돌연 방문 중지를 통보한 것은 국제규범과 신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만일 남측을 흔들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목적이었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통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하루 전날 방북 연기를 통보하는 등 과거에도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지만 그렇게 해서 추가로 얻은 것은 없었다. 방문을 연기할 내부 사정이 있었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협상하는 것이 옳다. 남북관계는 무엇보다 신뢰가 우선이다.

이와 별개로 남한 내부가 과민 반응하는 것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다. 특히 보수세력이 북한의 태도에 편승해 평창 올림픽을 흔드는 행태는 임계점을 한참 넘었다. 한국당은 21일에도 “북한을 위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를 설득했다면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해왔다. 남북대화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보수야당은 보수정권 당시 남북대화를 했거나 추진했던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인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IOC에 ‘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을 보낸 것은 자가당착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나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는 북한에 올림픽 참가 호소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정부 역시 좀 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사전점검단 방남 중지를 통보한 지 하루도 안돼 “북한의 연기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한 것은 조급증을 드러낸 것이다. 남한을 방문한 현송월 사전점검단장의 복장과 행동을 생중계하는 언론보도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가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정의 출발점일 뿐이다. 진정 비핵화를 원한다면 모두들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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