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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세먼지 필터, 도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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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만명 넘는 세계 10대도시 ‘도시숲’은 연간 5404억원의 사회적 편익 인간에 제공

그중 95%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연관

우리도 도시숲 대거 늘려 대기와 삶의 질 개선해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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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대기 중 고농도 미세먼지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장기적인 개선책 외에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인 화력발전소, 경유차 등을 한순간에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 생활권 내 도시숲들이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질 개선에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과학임업대학과 이탈리아 나폴리 파르테노페대 연구진이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생태학적 모델링’에 게재한 ‘도시숲의 관리와 시행 : 생태계서비스와 도시 생활 향상을 위한 보호정책의 증가 필요성’ 논문을 보면 세계의 주요 거대도시 10곳에서 도시숲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이 연간 5억500만달러(약 5404억원)에 달한다고 추산됐다.

특히 이 가운데 95%가 넘는 4억8200만달러가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관련된 사회적 편익이었고, 특히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저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5개 대륙에서 인구 1000만명이 넘는 10개 거대도시를 선정해 현재의 녹지 면적과 잠재적으로 녹지가 될 수 있는 면적, 그로 인한 편익 변화를 추산했다. 대상은 중국 베이징,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멕시코 멕시코시티,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뭄바이, 일본 도쿄 등 1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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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세인트제임스파크, 멕시코의 차풀테펙숲 등 잘 알려진 도시숲들을 포함해 이들 거대도시에 존재하는 도시숲의 비율은 약 21%였다. 잠재적으로 도시숲이 될 수 있는 면적은 19% 정도다. 전체의 40%가량을 도시숲으로 조성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도시숲을 19% 늘릴 경우 사회적 편익은 85%가량 증가해 약 10억달러(약 1조673억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이들 거대도시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이 약 39㎡로 세계 1인당 녹지 면적 7756㎡의 0.5% 정도에 불과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세계 전체로 따지면 인구 1000만명 이상 거대도시는 40곳으로 총 7억22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연구진이 추산한 이들 거대도시 도시숲의 사회적 편익 총 5억500만달러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기능으로 약 4억8200만달러 편익을 제공한다고 추산됐다. 이 밖에 홍수 방지 1100만달러, 난방 및 냉방 에너지 저감 50만달러,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이 800만달러 등으로 계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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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특히 도시숲의 편익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초미세먼지 저감 기능이라고 밝혔다. 초미세먼지 1t을 저감시킬 때 도시숲이 제공하는 편익은 25만9000달러(약 2억7643만원)로 추산됐다. 도시숲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도시숲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밝혀진 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5월 도시숲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에 비해 25.6%, 초미세먼지는 40.9%가량 낮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월17일부터 5월4일까지 서울 홍릉숲의 경계부, 내부, 중심부를 측정한 결과와 숲에서 2㎞ 떨어진 도심 지역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한 결과다.

산림과학원의 지난 17일 발표를 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기능이 가장 활성화됐다. 초미세먼지가 ‘나쁨’ 농도를 보인 날에도 오후시간대 도시숲은 보통 수준으로 농도가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 주요 도시들의 도시숲 면적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인 1인당 9㎡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국 평균은 9.91㎡로 권장기준을 넘어섰지만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5.32㎡에 불과하고, 인천과 경기도 각각 7.56㎡, 6.62㎡에 머물고 있다.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각각 27.9㎡, 27.0㎡, 23.0㎡에 달한다. 이들 도시는 이미 WHO 기준의 2~3배에 이르는 도시숲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꾸준히 도시숲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뉴욕주립대와 파르테노페대 연구진은 세계의 주요 거대도시에서 도시숲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이 막대하다는 점은 이미 명확히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거대도시들에서 잠재적인 도시숲 면적에 심은 나무들은 도시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 기능을 하고, (산책 등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낸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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