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애플 "5년간 380조원 투자"…美, 넝쿨째 굴러오는 감세효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31년 만에 대규모 감세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와 투자를 창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프로비즈니스' 비전이 애플을 비롯한 미국 대기업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애플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해외에 쌓아놓은 현금을 미국으로 보내고 이를 위해 38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일회성 세금(일명 송환세·repatriation tax)을 납부하며 2만명을 추가 고용한다는 내용의 '미국 경제 성장을 위한 메가 플랜'을 전격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 준 미국과 국민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미국 경제와 노동력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발표한다"며 "앞으로 직접고용을 확대하고 애플의 미국 내 공급업체에 대한 투자와 아이폰과 앱스토어에서 창출한 앱 이코노미에 대한 지원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애플은 이날 발표에서 2520억달러(약 270조원)에 달하는 해외 이익유보금을 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다국적기업은 35%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세금이 낮은 조세피난처에 특허·상표권 등 고부가가치 지식재산권을 이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 기업은 본사로 송금하는 것을 미룬 채 막대한 이익유보금을 해외에 쌓아둔 결과 2조5000억달러(약 2700조원)가 넘는 규모로 불어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해외 이익에 대해 저율 과세 15.5%(현금 등 유동자산·비유동자산은 8%)를 일회성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새로운 법인세율(21%)보다도 낮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애플·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해외 이익금을 본국으로 들여올 여지가 충분히 생겼다.

미국 CNBC 방송은 "애플이 내겠다고 밝힌 세금 380억달러는 송환세율 15.5%를 적용하면 송환액이 2450억달러가 되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애플이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현금 대부분을 송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송환세 신설을 포함한 미국 세제개편안 통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업이 애플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FT는 애플이 최대 세금 470억달러(약 50조원)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송환세 시행으로 새롭게 들어올 세수 규모가 테크기업 1039억달러, 헬스케어 509억달러, 소비재 327억달러, 산업재 279억달러, 금융 199억달러, 에너지 130억달러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신속한 행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즉각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정책이 테크 거인의 대규모 자금 송환을 이끌었다"면서 "미국 근로자와 미국의 대단한 승리"라고 밝혔다.

애플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도 더욱 늘리기로 했다. 애플은 발표문에서 "현재 미국 전역에서 8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애플은 5년간 직접고용 인력을 2만명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고용 인력이 10만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한국 내 임직원(9만9000명)보다 많은 숫자다.

신사옥을 건립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가 배가될 전망이다. 애플은 쿠퍼티노 본사에 제2캠퍼스를 완공했는데 올해 말 제3캠퍼스 관련 계획을 새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새 캠퍼스가 실리콘밸리(쿠퍼티노)가 아닌 다른 지역에 설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고용 창출을 포함해 향후 5년간 미국 경제에 총 3500억달러(약 374조원)를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선진제조업펀드'에 50억달러(약 5조35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며 300억달러를 미국 내 협력업체 관련 투자와 신사옥 건립, 데이터센터 추가 투자(100억달러)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애플은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네바다, 애리조나, 아이오와 등 미국 8개 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왔는데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토니 사코나기 샌퍼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WSJ에 "애플 투자 계획이 온전히 트럼프 조세 개혁에 따른 것인지, 얼마만큼이 신규 투자에 해당되는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현금 송환 행보가 본격화하면 미국 기업들이 해외 보유자산을 팔고 달러화 자산으로 바꿔 본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달러 강세, 타국 통화 약세'를 촉발할 개연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이 송환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상당한 규모의 자금 유출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