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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유영민 장관, 일자리 주문했다가 기업들 쓴소리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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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 "연구인력들 2~3년 근무후 대기업으로 이직"

뉴스1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열린 일자리관련 정부-민간 협력 활성화를 위한 기업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2018.1.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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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일자리 늘려달라'는 주문에 기업부설 연구소를 둔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현실 모르는 소리"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진행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중견기업 관계자들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외에도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등 정부 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간담회에 불려나온(?) 개발·건설·화학·전자·기계 등 8곳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장관의 주문에 난색을 표했다. 현재 있는 연구인력도 대기업에 빼앗길까 걱정하는 판인데 인력을 새로 뽑으라고 하니 볼멘소리가 절로 터져나온 것이다.

신승영 에이텍티앤 대표는 "연구소가 판교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써 뽑아놓은 연구인력들은 2~3년 근무하면 대기업으로 이직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동떨어진 말이지만 우리는 연구인력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병문 한국로스트왁스 대표도 "회사 퇴사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연구원이 '중소기업연구소에서 일하면 늪에 빠지는 것같다'고 하더라"며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R&D연구소에 입사한 연구인력들은 5년 후면 20%, 20년 후면 0.1%밖에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우수 연구인력을 뽑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나마 국책과제를 따내야만 인건비 등을 확보할 수 있는데 대기업과 경쟁하면 이 과제를 따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손강민 쏘그웨어 대표는 "지난해 우리 회사가 고용한 연구인력은 7명"이라며 "그나마 7명이라도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은 2년짜리 국책과제를 수주하면서 인건비가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국책과제 선정단계에서 중소기업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대기업과 경쟁시 가점을 주는 등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대학과의 매칭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그런 문제는 이 자리에서 바로 답변하는 건 어렵고 돌아가서 검토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중소기업이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 확보한 인력을 어떻게 잘 육성할 수 있을지 등을 정부가 고민해 도울 수 있는 건 돕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중소기업 연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늘 제자리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들을 제시할지 기대해 보겠다"고 밝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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