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조작 수두룩·친부 SNS엔 건담 로봇 사진과 셀카 사진만
실종 신고하며 '제발 딸을 찾아달라'며 울먹이며 경찰 수사망 피해
18일 현재까지 경찰과 검찰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준희양은 아버지 고모(37)씨가 애착을 보였던 건담 장난감보다 '사랑'받지 못한 존재였다.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 현장검증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씨는 딸을 암매장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건담 로봇 자랑을 늘어놓았는가 하면 태연하게 가족들과 1박 2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준희양 시신을 묻은 지난해 4월 27일 이후에도 자신의 SNS에 건담 사진을 올렸다.
암매장 다음 날인 4월 28일 고씨 인스타그램에는 집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건담 사진과 함께 "따블오건담 세븐소드 기본체 완성! 하루 정도 쉬었다가 무장드가야지 ㅎㅎ"란 글이 올라왔다.
범행 이틀 뒤에는 "암튼 요놈…다른 무장보다 살짜쿵 기대돼서 이놈을 제일 먼저 작업해봤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ㅋㅋ"라고 적었다.
고씨와 내연녀 이모(36)씨, 이씨 모친인 김모(62)씨, 이씨 친아들 등 4명은 이날부터 1박 2일간 경남 하동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고씨는 SNS에 셀카 사진과 건담 사진만 수두룩하게 올려놨다. 준희양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취재진 앞에 선 고준희양 친아버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들은 암매장을 숨기려고 치밀하게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를 꾸몄다.
고씨와 이씨는 허위 실종신고를 한 지난해 12월 8일 이씨 친모인 김씨 집에 준희양 머리카락을 뿌려놨다.
시신을 암매장한 지 8개월이나 지난 뒤였는데도 경찰 수사에 대비한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25일 생모로부터 준희양을 데려와 완주군 한 아파트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말을 듣지 않고 밥을 제때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말부터 준희양을 폭행했다.
훈육 차원에서 30㎝ 자로 몇 대 때리는 수준이었지만, 폭행 강도는 세졌다.
이들은 발로 준희양 무릎과 발목 등을 여러 차례 밟았고, 발목 상처는 덧나 대상포진으로 번졌다.
준희양 발목에서 고름이 흘러 거동조차 어려웠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준희양은 병원조차 가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준희양 몸통 뒤쪽 갈비뼈 3개가 부러졌고 여러 차례 외부 압력이 가해진 정황이 드러났다.
즉, 맞아 숨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시 준희양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 고씨와 김씨는 지난해 4월 27일 오전 2시께 준희양을 군산 한 야산에 매장했다.
고준희양 친부 집에 진열된 로봇 장난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신고 당일 이씨는 준희양을 양육했다는 흔적을 남기려고 증거 조작을 벌였다.
완주 아파트에 남아 있던 준희양 머리카락을 모아 김씨가 살던 전주 우아동 원룸 곳곳에 뿌려놓았다.
경찰이 준희양 수색에 필요한 단서를 얻으려고 원룸에서 유류품을 수거하고 유전자(DNA)를 채취할 거라는 계산에서다.
'준희가 김씨 원룸에 살다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진술하기 위해 짠 시나리오와도 들어맞는다.
실제 고씨는 "지난해 4월 준희를 인후동 주택에 살던 김씨에게 맡겼고, 김씨는 준희를 데리고 그해 8월 30일 우아동 원룸으로 이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 말을 믿고 수사에 나섰다가 초기에 혼선을 빚었다.
증거 조작은 이씨가 먼저 제안했고 고씨가 동의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작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고씨와 김씨는 매달 양육비 명목으로 60만∼70만원을 은행 계좌를 통해 주고받았고 집안에는 장난감과 어린이 옷 등을 진열해 준희양이 생존한 것처럼 꾸몄다.
김씨는 이웃들에게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 귀가를 재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준희양 생일인 지난해 7월 22일에는 "아이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고씨는 이씨와 함께 실종 신고를 하면서 '제발 딸을 찾아달라'며 울먹였고 직장 동료에게 실종 전단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의 자작극은 아이 생필품을 구매한 내용이 없고 준희양 칫솔에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과학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고씨와 내연녀는 구속된 뒤에도 여전히 "준희를 때린 적은 있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ollens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