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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테크기업 격전지 글로벌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서 발뺀 한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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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올해 처음 참가한 CES 데뷔 무대에서 ‘헤이 구글(Hey Google)’ 한 마디로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아마존은 가전과 자동차 글로벌 기업 700여곳이 아마존의 AI ‘알렉사’ 적용을 알리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이처럼 AI플랫폼이 향후 테크기업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시절 국내 시장만 바라보다 글로벌 사업 기회를 놓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AI플랫폼 전쟁에서도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는 ‘新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비즈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트럴플라자에 설치된 구글의 전시관./ 황민규 기자



◆ 세계 AI 플랫폼 전쟁에서 한발 물러난 국내 기업

12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 플랫폼의 확장이었다.

‘헤이 구글(Hey Google)’로 CES에 첫 데뷔한 구글이 주요 파트너로 소개한 기업은 LG전자였다. LG전자(066570)는 공기청정기, 세탁기, 스마트폰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일본 소니, 중국 TCL과 같은 다수의 전자 기업들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아마존의 ‘알렉사’ 생태계는 화려했다. 휴렛팩커드(HP)는 알렉사를 채용한 PC를 선보였고 미국 디지털 도어락 기업 슈라지(Schlage)는 대표 제품인 ‘커넥트 센츄리 도어락’을 알렉사로 구동했다.

이들에 비해 국내에서 자체 AI플랫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네이버는 ‘클로버’, 카카오는 ‘카카오아이(I)’를 내세우고 있다. AI 플랫폼 생태계 확대를 위해 국내 제조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인 CES에 선보일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한글 웹문서 기반의 검색, 소셜미디어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었던 과거의 실수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아이 음성인식 기술이 한글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지금은 국내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AI 접점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네이버 관계자는 “음성인식 합성 기술이 있어야 음성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기반으로 우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국내에서 기술 개발을 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 해외 진출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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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왼쪽)와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각사 제공



◆ “플랫폼 경쟁은 승자독식 구도…국내에만 머무르면 없어질 수도”

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쟁은 승자독식 구조라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만 집중할 경우 글로벌 AI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과거 네이버는 ‘야후 재팬’이 검색포털 시장을 장악한 일본에 진출했지만 검색포털 서비스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미국 진출을 위해 2004년 라이코스를 인수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해지자 2010년 라이코스를 매각하며 사실상 글로벌 사업에서 손을 뗐다.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 한 AI 플랫폼 시장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면 결국 글로벌 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카카오가 협업을 추진하는 국내 제조업체들도 이들의 AI 플랫폼을 해외 수출용 제품보다는 국내용 제품에만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 이인종 삼성전자 개발1실장은 지난해 7월 카카오와의 업무협약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국내’ 시장을 확대하고 ‘국내’ 고객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국내’를 강조한 바 있다. 네이버와 협업하고 있는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용한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네이버의 클로버를 알리기보다는 구글을 지원사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LG나 삼성과 협업하는 것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을 방어하기 위한 수준에 그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네이버나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플랫폼 경쟁은 승자독식 구도”라며 “결국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아마존이나 구글의 AI 플랫폼을 자사 제품에 반영한다면 네이버나 카카오도 AI 플랫폼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j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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