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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글로벌 트렌드] "주인님, 말만 하세요"…`똘똘한 AI비서` 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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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마존 알렉사 기반 스피커 `에코`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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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사는 연지숙 씨(30)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스마트 스피커 '아마존 에코 2세대'를 구입한 후 스피커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직장에 가느라 우버를 부를 때도 사용하고, 무엇보다 아마존에서 생필품을 주문할 때 유용했다. 아마존 쇼핑 기록이 남아 있어 말로 주문해도 잘 알아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말 파티에 주문한 도미노피자도 성공리에 도착해 친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연씨는 "친구들에 비해 아마존 에코를 뒤늦게 구입했는데 크게 만족한다. 처음에는 음악을 듣다가 이제는 쇼핑 주문을 한다. 심지어 결제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스마트폰 대신 스피커에 주문을 하면 되니까 편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연씨와 같은 사례가 많다. 실제 지난 14일 미국 공영방송 NPR와 에디슨리서치의 '스마트 오디오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인 6명 중 1명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AI 스피커 사용률도 지난해 1월보다 128% 증가했다.

이 조사가 흥미로운 점은 AI 스피커 구입 이후 TV를 이용하는 시간이 줄고 스피커를 통해 쇼핑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 중 44%는 스피커 구입 이후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비서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고, 응답자 중 30%는 AI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TV를 보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음성인식 비서를 이용하는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사용하고 있고, 음성 명령으로 쇼핑하는 이들은 22%로 조사됐다. 음성인식 기술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대다수 소비자가 현재 음성인식 성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부정적 의견을 밝힌 소비자는 4%에 그쳤다.

이처럼 AI 스피커는 무엇보다 글로벌 유통시장을 뒤흔들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부터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모바일 쇼핑'이 한동안 유통산업의 화두였다면 2018년 이후에는 AI 스피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AI 스피커 보급률이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스마트 스피커는 앞서 신기술로 큰 주목을 받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스마트워치, 드론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심지어 최근 3년간 AI 스피커 보급률은 스마트폰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 스피커 시장 규모가 56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은 3840만대, 중국이 440만대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루치오 첸 카날리스 연구원은 "올해는 스마트 스피커의 해가 될 것이다. 기술은 아직도 발전 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AI 스피커의 빠른 확산은 글로벌 유통시장을 장악하려는 아마존과 포스트 모바일, AI 퍼스트 시대를 이끌려는 구글이 AI 스피커 시장에서 정면충돌하며 보급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과 구글은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연휴 쇼핑 시즌에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쳤다. 전체 미국인 중 7%가 연휴 쇼핑 시즌에 한 대 이상 AI 스피커를 구입했다고 조사됐을 정도다. 이 중 4%는 첫 번째 AI 스피커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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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도 구글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고 LG전자 등이 새로운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는 등 스마트 스피커는 숨겨진 승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애초 '음성 쇼핑'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베스트바이 등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렉사, 베스트바이에 얘기해줘(Alexa, talk to Bestbuy)'라는 음성명령을 하면 베스트바이에서 판매하는 '투데이 딜(당일 할인 프로모션)' 제품을 음성으로 들려준다. 구글은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 등과 손을 잡았다. 아직은 미국 소비자들이 쇼핑 검색을 할 때 약 55%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검색을 시작하고, 28%만이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기 때문에 구글은 아마존에 위협을 느낀 유통업체들과 '안티 아마존' 연대를 형성해 구글 홈으로 쇼핑 주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앞으로 최소 2년간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 AI 스피커는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AI 스피커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아직 기존 PC와 모바일 쇼핑 중 일부를 '음성' 처리한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장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CES 2018에서 열린 '쇼핑·스마트홈' 패널 토론에서 제이슨 윌리엄스 아사아블로이(Assa Abloy) 주거사업부장은 "CES에서 AI 스피커가 대세를 이뤘지만 이것이 대단한 혁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쇼핑 경험을 바꾸는 단계로 진화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곧 실망할 것"이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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