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경제 view &] 평창 숙박료 인하까지 정부가 나서야 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림픽 기간 1박에 45만원 부르자

특별단속에 1박 16만원으로 내려

못 지키는 규제 만들고 선별 처벌

정부, 직접 가격에 개입해선 안 돼

중앙일보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역 일부 숙박업소가 올림픽 기간 중 평년의 극성수기보다 2~3배 비싼 요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방 한 칸에 심지어 45만원까지 불렀단다. 언론이 그 ‘악덕상혼’을 지적하자 중앙과 지방정부가 나서 이에 강력한 대책을 내어놓았다. 그러자 숙박업 협회는 기자회견을 자청, “2인 1박에 16만원 이상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일련의 진행에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보게 된다. 첫째, 시장가격에 대한 정부의 직접개입이다. 한정된 숙박시설에 방문객이 몰리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미식 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을 유치한 도시의 모텔은 평소 70달러를 받다가 슈퍼볼 전날은 100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도 미국 국민이나 정부는 이를 악덕상혼이라 부르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을 무시하고 강제로 가격을 억누르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숙박업자에게 뒷돈을 주어야 하거나, 낮은 가격에 예약 후 이를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일종의 암표상들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결국 투숙객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제비뽑기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아이돌 그룹 콘서트 때 신청을 받아 추첨을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추첨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고 행정비용이 소요된다. 더 큰 문제는 방송사 직원, 선수단 가족 등 절실한 사람들이 방을 못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에는 절실한 소비자를 골라내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최지역 숙박업자들의 실수도 있었다.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한 것이다. 올림픽 숙박업소 예약현황이 지난달 22일 현재 평창지역은 29%, 강릉지역은 32%에 머물렀다고 한다. 올림픽 수요폭발을 기대하고 가격을 너무 높게 불렀는데 예약률이 저조하자, 할 수 없이 가격 인하 발표를 한 것이다. 예측실패의 무능을 탓할 순 있을지언정 악덕상혼으로 모는 건 지나치다.

둘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의 문제점이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합동점검반을 만들고, 관련 기초단체는 특별단속팀을 꾸렸다. 숙박료는 각 업소 자율사항이므로 정부가 요금을 강제할 순 없다. 그러나 정부에겐 숙박업소를 협박할 많은 수단이 있다. 실제로 점검반은 요금, 예약 외에도 위생실태, 소방·건축 관련 법령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를 연상시킨다. 이런 별건 점검이 숙박업계에 먹히는 이유는 법령 위반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위생·소방·건축의 안전은 요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항을 평소엔 점검치 않고 위반을 눈감아 주다가, 2주간의 바가지요금 단속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규제를 만들었으면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규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누구도 지키지 않는 규제는 잘못된 규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달성되기 어려운 규제를 만들어 대부분의 국민과 기업을 범법자로 만들어 놓고 그 중 선별적으로 벌주거나 눈감아 주는 힘을 행사한다.

세무 당국도 바가지 업소를 특별 세원관리 업소로 분류해 세무조사를 한단다. 숙박업은 현금비중이 높아 자영업 중에서도 소득 탈루율이 가장 높다. 고소득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2016년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음식·숙박업의 탈루율은 66%에 달했다. 그런 숙박업소들을 평소에는 눈감아 주다가 2주간의 바가지요금 단속을 위해 세무조사를 동원하는 것이 옳은지 묻고 싶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는 있으나, 가격에 대한 직접 개입은 대체로 나쁜 결과를 빚는다. 필요하면 정부도 가격에 개입할 순 있으나 그 방식은 공급조절, 담합적발, 가격정보공개, 조세 등 간접적이어야 한다.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키 위해 비현실적인 규제를 무기로 동원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물론 국민이 정부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탓도 있다. 그러나 정부 역시 국민의 그러한 기대에 편승하고 있다. 정부가 사사건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길 바란다.

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