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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 상징 도시’ 칼레 찾은 마크롱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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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난민에 대한 무차별적 단속으로 비난받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6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난민 위기의 상징이 된 북부 항구도시 칼레를 방문해 경찰에 ‘인도주의적인 단속’을 주문했다. 경제적 난민은 본국으로 돌려보낸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정부 정책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은 피해가겠다는 것이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경찰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법을 넘어선 난민 단속 활동을 벌일 경우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최근 여당 내에서도 난민의 기물을 파손하고,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등 경찰의 무자비한 단속 활동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나온 말로 풀이된다.

칼레 난민촌은 2016년 난민 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한때 거주민이 8000명에 육박했다.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그해 난민촌 해산을 선언하고 이후 무자비한 퇴거작전을 단행해 현재 거주민은 300명에서 최대 6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칼레 방문은 망명 신청자를 사유별로 분류하고 정치·종교적 박해 때문이 아니라 생활고를 피해 온 난민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는 새 이민정책 추진을 앞두고 이뤄졌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망명 신청자 중 16%를 경제적 난민으로 보고 추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법적인 영토 점유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정식으로 망명 신청을 하지 않는 난민들을 수용하는 캠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정부가 인도주의와 법치를 표방하면서 경제적 이유로 들어온 난민은 쫓아내는 이른바 ‘난민 가려 받기’를 가속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칼레 방문은 정부 비판 목소리를 무력화시키려는 고도의 정치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며 임시거처에 머무르고 있는 난민들에게 정부가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당근’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식량과 구호물품 등 지원은 시민단체들이 주도해왔다.

마크롱은 영국 정부와의 전면전도 예고했다. 영국은 2003년 체결한 르투케협정으로 국경 통제의 짐을 프랑스에 지웠다. 마크롱은 18일 영국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국 정부에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는 미성년 난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해 망명 신청자가 1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로 아프리카 수단·에리트레아, 중동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넘어온 난민들로, 이들 대부분은 생활고를 이유로 프랑스로 넘어왔으며 영국이 최종 종착지다.

마크롱 정부가 이들에 대한 추방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앞으로 영국 정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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