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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제사상’ 위협 北 자세로는 남북대화 진전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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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예술단 강릉·서울 공연 합의

“대표단 버스 아직 평양에 있다”

정부, 평화공세에 정밀 대처해야

어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이뤄졌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 이후 첫 실무협의다.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남측 대표단과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 등 북측 대표단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하기로 합의했다. 공연 장소 등 실무적 문제들은 추후 쌍방이 협의하도록 하고, 북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전 점검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내일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할 ‘평창 실무회담’이 열린다. 남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북측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대표단을 이끈다.

이제부터는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북측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선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전제조건으로 2016년 탈북한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 매체들의 말이 점차 거칠어지는 것도 심상치 않은 징후다. 북한 매체들은 어제 우리 정부를 향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사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 병행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남조선 당국자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겨울철올림픽대회에 참가할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위협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선전장으로 이용하려 할 것임을 우리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북한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나가자’ 등을 제목으로 한 포스터들과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자’ 등의 문구를 부각한 포스터들을 공개했다. 북한의 대남전략인 ‘민족 자주’와 함께 뜬금없이 평화를 내세운 것은 한·미동맹 균열을 노린 것이어서 우려를 낳는다.

정부는 남북 간 실무협의 과정에서 북한이 보내는 예술단,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등의 세부 일정과 계획을 정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자칫 북측 방문단이 평창올림픽의 판을 흐려 놓으면 평화올림픽은 물 건너가게 될지도 모른다. 남북대화를 북·미 간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게 하려는 당초의 구상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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