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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설왕설래] 하와이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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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호랑이 호(虎). 일본어 훈과 음은 ‘도라 고’다. 도라 도라 도라. 이 말은 하와이 진주만 공격의 성공을 알리는 일본군의 암호다.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고 한다. 일본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제로 전투기는 그날 아침 진주만 하늘을 까맣게 메웠다. 진주만 미 해군기지는 쑥밭으로 변했다. 미군 사망자 3581명. 많은 전함은 군항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침몰되고, 수백대의 전투기가 파괴됐다. 일본군 피해는? 전투기 29대만 격추됐다.

태평양전쟁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그해 1월부터 일본의 공격을 전하는 첩보들. 설마설마했다. 그 설마가 미국을 잡을 줄이야.

한 번도 본토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는 미국. 하와이를 포함하면 달라진다. ‘검은 눈물(Black Tears)’. 바다에 가라앉은 전함 애리조나호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미국인은 그렇게 부른다. 치욕의 날(Day of Infamy)을 기억하라는 눈물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초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전 하와이의 태평양 사령부부터 찾았다.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 “진주만을 기억하라. 애리조나를 기억하라. 그날을 잊지 않겠다.” 누구를 향한 경고일까. 일본? 그런 것 같지 않다. 2016년 12월 애리조나호 기념관에 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머리를 숙였다.

묘한 시기에 묘한 비상경보가 울렸다. 하와이주 비상관리국(HEMA)은 13일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를 위협하고 있다. 즉각 대피처를 찾아라”는 경보를 내렸다. 잘못된 경보라고 알린 것은 주정부 트위터는 13분 뒤, 휴대전화 메시지는 38분 뒤였다. 공포의 38분. 하와이 주민들은 얼마나 질겁했을까. 하필이면 그날도 휴일 아침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하와이에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실수? 과연 그런 걸까.

북한의 불바다 위협은 미국인에게 결코 엄포일 수 없다. 중동에서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알 카에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곳에서 숨진 미군은 진주만 공습 때의 2배 가깝다. 북한은 전쟁 불사를 외치는 반미 연대의 핵심 고리를 이룬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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