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일
가슴에 대못 하나쯤 박고 살게 마련이다
그걸 숨기기 위해
사람들은 녹이 슨 못 위에
자신의 화려한 외투 한 벌을 걸어둔다
원은희 |
못은 박힌 곳에서 버티고 견디다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부러집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무게를 간신히 지탱하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무너지고 말지요.
우리는 누구나 가슴에 대못 하나쯤을 박고 삽니다. 가슴에 대못 하나만 박혀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수없는 대못이 우리 가슴에 박힙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 그리고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어느 순간 내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그 못의 무게를 지탱하고 견디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면 행복할 것 같지만 또 다른 못이 박히겠지요?
가슴 속에 깊이 박힌 못은 그 고통을 견디면서 구부러지고 녹이 습니다.
비 내리는 아침, 눈 오는 한낮, 저물녘의 노을, 새벽의 달빛에도 우리는 녹슬고 구부러진 몸을 갖고 살아야 하고 그 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대못을 감추기 위해 행복한 척 화려한 외투를 걸어놓습니다. 행복은 그 대못과 함께 사는 지혜에서 오는 것 아닐까요?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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