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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北 김정은식 '음악 정치' 선봉장 현송월, 남북 접촉 차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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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남색 정장에 공들인 화장…南 주목도 의식했나

북한선 출세가도, 샤넬 즐겨드는 명품족

서울과 평양의 대리전 실무접촉

평창 겨울올림픽때 북한 예술단의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열린 15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의 건물인 통일각에 남측 대표단이 들어서자 북측 대표단이 악수를 건넸다. 북측 인사중 두 번째, 즉 차석대표로서 서 있던 인물은 이번 남북 대표단을 통틀어 홍일점인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다. 북한이 현송월을 차석대표로 지명한 것은 그에 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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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남북 실무접촉에 대표단으로 참석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통일부 제공]




현송월의 일거수일투족은 남측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현송월도 이를 의식한 듯 차림새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의상으론 무릎을 덮는 단정한 짙은 남색 치마 정장을 택했다. 인민군 대좌(대령)인 현송월은 평소 공개석상에선 군복 차림이지만 ‘회담 일꾼’으로 등장한 이날은 정장을 택했다. 화장에도 공을 들였다. 아이라인은 짙게 그리돼 입술 화장은 옅은 핑크색으로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어깨선을 넘는 긴 머리는 반만 묶어 늘어뜨리고 앞머리는 오른쪽으로 빗어넘긴 모습이었다. 정장 재킷 앞섶엔 같은 재질의 꽃 장식과 함께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그가 들고나온 클러치 가방을 놓고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사실이라면 2500만원을 호가한다. 현송월은 지난 2015년 친선 공연을 위해 방중했을 땐 군복 차림에 샤넬 퀼팅백을 들고 등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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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북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 시작 (서울=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측 수석 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북측 권혁봉 국장 뒤로 모습 보인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왼쪽 두번째). 2018.1.15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2018-01-15 12:20:25/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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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은 강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 통일부가 공개한 영상에선 온화한 태도를 유지했다. 남측 대표단을 맞이하면서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영상에 잡혔다. 이후 2층 회담장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은 뒤엔 남측 대표단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현송월은 지난 2015년 방중 당시엔 중국 측이 공연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핵ㆍ미사일 발사 장면 등을 문제 삼자 “원수님의 작품은 토씨 하나 뺄 수 없다”고 버티며 결국 공연 세 시간을 남기고 전격 취소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한때 김정은의 첫사랑이라는 소문도 있으나 정보 당국은 “확인되지 않은 얘기”로 간주한다. 보천보 전자악단 출신인 현송월은 ‘준마처녀’ ‘휘파람 총각’ 등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인기 가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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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단 실무접촉 대표단에 포함된 현송월.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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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준마처녀’를 부르고 있는 가수 시절의 현송월.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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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도를 인정받은 현송월은 북한 여성 예술인 중 드물게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됐다. ‘당이 곧 국가’인 북한에서 230여명에 불과한 당 중앙위 간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현송월에 대한 이런 신임의 배경엔 김정은 위원장의 ‘음악 정치’가 있다. 김정은식 음악 정치를 구현하는 조직중 하나가 현송월이 단장인 모란봉악단이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부인 이설주가 다닌 금성학원 출신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 악단으로, 김정은이 직접 기획하고 챙기는 터라 북한에선 ‘친솔(親率)’ 악단이라고 불린다. 북한의 기존 여성 악단과는 달리 미니스커트 차림에다 밝은 템포에 화려한 ‘칼군무’를 선보여 북한판 걸그룹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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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모란봉악단·공훈국가합창단 합동공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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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실무접촉은 철저히 서울과 평양의 훈령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10분 시작한 전체회의도 25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남북 각 수석대표가 각자 준비한 연설문만 낭독하고 끝낸 셈이다.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실시간으로 회담을 지켜본 뒤, 관련 훈령을 받아 이후 오후 12시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이번 실무접촉은 예술단 파견에만 논의를 한정하자는 북한의 역제의로 진행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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