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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휴전 압박' 말발 안 먹힌다…네타냐후 폭주 속 '해리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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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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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에 놓인 중동 상황이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는 있지만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데 대한 반발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 CBS ‘60분’ 인터뷰에서 “바이든ㆍ해리스 행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휴전을 압박했지만 그는 저항했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없는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미국의 의무’를 거론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방어할 수 있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세력)ㆍ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세력)ㆍ이란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답했다.

그런 다음 ‘휴전 압박’을 이야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이스라엘과 아랍국에 (휴전을 위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스라엘 지도부와 외교적으로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는 일에는 인도적 지원과 전쟁을 끝내야 할 필요성,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을 해야 할 필요성 등이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의 ‘독주’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점점 레임덕에 빠지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막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유대계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해리스 부통령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을 멈추기 위한 이스라엘의 안이라며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지만 정작 네타냐후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네타냐후는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이 지난달 제시한 ‘레바논과의 3주 휴전안’도 거부했다.



미 아랍계 유권자 민심 ‘흔들’…해리스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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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아랍계 미국인 국립박물관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중동 정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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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펼 수도, 그렇다고 반(反)이스라엘 정책을 펼 수도 없는 해리스의 딜레마 속에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미국 내 아랍계 유권자들의 최근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4일 미시간주 플린트를 찾아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도 그래서다.

앞서 지난달 25일 미시간주의 아랍계 미국인 중심지인 디어본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 민간인 수백 명이 희생된 데 대한 항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4일 간담회에서 무슬림계 미국인 단체 엠게이지액션의 와엘 알자야트 대표는 “미국 정부의 (중동) 위기 대처에 실망감을 드러냈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국의 중동 정책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민간인들의 고통과 레바논 난민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트럼프 ‘미 외교정책 실패’ 집중 공격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반대하는 ‘대(對)이란 핵시설 공격론’을 펴며 강경 일변도 노선을 밟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핵확산은 가장 큰 위험”이라며 “이란의 핵시설이야말로 때려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된 바이든의 대응은 가장 미친 짓이었다”며 “(이란) 핵시설을 그냥 두라는 말은 옳은 답이 아니다. 가장 미친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처음부터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펴 오고 있다. 미 정부의 외교정책 실패가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로 바이든ㆍ해리스 행정부 공격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위스콘신 찾아 “노동자 임금 인상” 약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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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주노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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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6일 북부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주노를 방문해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 표심을 공략했다. 트럼프는 위스콘신에만 최근 8일 동안 네 번째 찾는 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소위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에게 하는 짓을 보면 믿을 수 없다”며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관세 부과 방침을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얻는 수익 수천억 달러를 미국 시민에게 혜택을 주고 빚을 갚는 데 쓸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미국을 전에 없던 제조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트럼프 대선 불복’ 집중 공격



해리스는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 논란을 집중 파고들었다.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패했지만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무장한 군중을 의사당으로 보냈다”며 “우리는 그의 연임을 허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같은 내용의 새로운 디지털 광고 영상물도 엑스에 올렸다. 해리스 대선 캠프가 만든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추종자들이 일으킨 의사당 난입 사건 현장과 함께 “우리는 지옥처럼 싸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더이상 나라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는 트럼프 음성이 흘러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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