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트럼프 親기업 1년…美러스트벨트의 부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2018 신년기획 기업사랑 나라사랑 / 부활하는 美 러스트벨트 ◆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시내 우드워드 애비뉴. 미시간주의 첫 번째 자동차 도로라는 의미에서 'M-1'으로 불리는 곳이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 쇼핑객이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마이크 포키 씨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주말이나 해가 진 뒤 다운타운에 나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지금은 상점도 많이 늘었고, 거리 곳곳에 볼거리도 많아 주말마다 다운타운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유령도시'로 전락했던 디트로이트가 '모터시티(자동차도시)'로 부활하고 있다.

이 지역에 본사를 둔 '빅3' 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 태어난 데다 최근 들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친화 정책에 힘입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GM은 금융위기 당시 생산라인의 40%를 정리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불과 1년 새 7만8000채의 빈집이 발생했고, 밤에는 범죄가 활개 쳤다. 범죄율이 높기로 한때 미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혔을 정도다.

도시 인구 3분의 1이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세수가 줄면서 디트로이트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지 정확히 4년 만인 2013년에 미국 지자체 가운데 사상 최대인 180억달러(약 19조3000억원) 규모의 파산을 기록했다. 기업이 몰락하면 도시도, 국가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디트로이트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 것은 자동차 '빅3'가 되살아나면서부터다. 실제로 GM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7.4%로 전년 5.7%보다 크게 늘어났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정부가 자동차 회사들이 강성 노조를 다룰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고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되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현행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도 39.6%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산 가전제품에 덤핑 판정을 내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 가전·자동차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신승훈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지난해 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방위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이 계속해서 빛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덕분에 디트로이트 실업률은 2009년 16.3%에 달했다가 최근 4%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6년간 디트로이트와 인근 도시를 포함해 약 15만개 일자리가 생겼을 정도다. 도시로 사람들이 돌아오고 이들이 빈집으로 넘쳐났던 다운타운을 조금씩 채우고 있다. 다운타운 인구가 늘면서 지난 7~8년간 늘어나지 않았던 호텔은 최근 1~2년 새 20곳이 새로 생겼다.

[디트로이트 =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